전출처 : 담유 > 윌리엄 S. 버로즈 - 네이키드 런치
윌리엄 S. 버로즈, 《네이키드 런치》, 전세재 옮김, 책세상, 2005
섀퍼는 듣고 있지 않다. 그는 충동적으로 대답한다. “잘 아시다시피, 과거에 사용하던 전통적인 수술 방식을 써야 해요. 인간의 신체는 수치스러울 정도로 비효율적이에요. 입과 항문으로 균형을 잡으려 하지 말고, 먹는 기능과 싸는 기능을 모두 담당하는 하나의 구멍만 있으면 되지 않을까요? 코와 입을 막고, 위(胃)에 속을 채워두고, 가장 구멍이 필요한 폐와 직접 통하는 구멍을 하나 뚫으면…….”
벤웨이. “다목적용 물구멍 하나는 어떻고? 자기 항문에게 말하는 방법을 가르친 사람 이야기를 해줬던가? 그가 복부를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을 보면 항문으로 무슨 단어를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라니까. 들어본 적 없는 신기한 일이야.
항문으로 말하는 것은 일종의 내장 주파수를 이용하지. 거기에 신호를 내려보내면 가라는 뜻이지. 쭈그러진 대장이 옆구리를 결리게 하면 속이 차게 느껴지는데, 그게 몸의 긴장을 풀라는 신호라는 걸 아나? 이런 대화법으로 항문에 신호를 내려보낼 때, 샴페인을 딸 때처럼 매우 둔탁하고 정체된 소리가 나는데, 그 소리를 냄새 맡을 수도 있다네.
그자를 카니발 때문에 고용했는데, 그는 처음에는 무슨 고상한 복화술 같은 것을 시작했네. 처음에는 정말 웃겼지. 이 사람이 ‘구관이 명관’이라고 불리는 전화번호를 돌리면, 그 전화에서 비명 소리가 났지. 다른 모든 것은 잊었어도, 그 장면은 정말 그럴듯했어. 마치 ‘늙은이, 당신 아직도 거기에 있소?’라고 외치는 것 같았지.”
“저, 이제 가서 쉬어야겠어요.”
“머지않아 항문이 자기 혼자 지껄이기 시작했지. 그래서 그 사람이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가도, 항문이 즉흥적으로 말하면서 농담을 던지게 되지.
그런 다음 항문에 이빨처럼 생긴, 약간 삐걱거리는 안으로 굽은 갈고리 같은 것이 생겨나서, 그걸로 음식을 먹게 되었지. 그는 처음에는 이것을 재미있게 여겨서 이것을 가지고 농담을 지껄였지. 하지만 항문이 그의 바지까지 먹어버린 다음에는 거리로 뛰쳐나와서 동등한 권리를 달라고 외치기 시작했지. 술까지 마시고 질질 짜면서 법석을 떠니 아무도 좋아하지 않았지. 하지만 항문은 다른 입술과 마찬가지로 키스받기를 원했지. 마침내 항문은 밤낮 가리지 않고 지껄였지. 그 사람은 항문에다 대고 온 동네가 떠나갈 듯이 조용히 하라고 외치고, 항문을 주먹으로 치고 촛불로 지지기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지. 항문은 그에게 이렇게 쏘아붙이더군. ‘조용해야 할 사람은 내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당신은 이제 필요 없소. 나는 혼자 말하고, 먹고, 그리고 쌀 수 있어.’
그 일이 있은 후, 그는 아침에 일어나보면 입에 올챙이 꼬리 같은 반투명한 젤리를 물고 있었지. 그 젤리는 과학자들이 이른바 미분화된 세포라고 부르는 것으로, 인간의 몸에 기생하면서 살을 파먹고 살지. 그것을 손으로 입에서 떼어내면 그 조각들이 불붙은 가솔린처럼 손에 옮겨서 그 손에서 젤 리가 다시 자라지. 그곳이 어디든 한 조각이라도 닿으면 거기서 자란다고. 그래서 결국 그의 입이 봉해지고, 머리 전체가 절단되어야 했지. (아프리카 검둥이 사이에서 스스로 새끼발가락을 절단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알고 있겠지?) 그러나 눈만은 절단될 수 없었지. 그 항문이 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은 보는 것이었어. 눈이 필요했지. 하지만 신경 조직망이 차단되고 감염되고 마비되어 결국 두뇌는 어떤 명령도 내릴 수 없었지. 완전히 봉쇄된 두개골 속에 갇혀 있게 되었지. 두뇌는 한동안 눈 뒤에서 조용히, 무기력하게 고통을 느끼다가 결국 죽고 말지. 따라서 눈도 기능을 상실해, 작살 끝에 꽂힌 게의 눈알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게 된다고.
검열을 통과하고 관료들 사이를 비집고 나갈 수 있는 것은 바로 성(性)이야. 왜냐하면 대중음악이나 B급 영화에서 항상 미국인들의 원초적인 부패가 만들어내는 곪은 종기가 터지는 것처럼, 미분화된 세포를 마구 퍼트리고, 퇴화된 암적인 생명체에 기생하면서 끔찍한 돌연변이를 재생해내는 그런 공간이 있기 때문이지. 그것은 남자 성기의 발기 조직으로 만들어졌거나, 거의 피부도 없이 내장과 서너 개의 눈이 뭉쳐서, 입과 항문을 서로 열십자로 교차시키고, 나머지 신체 부위는 덜렁거리며 쏟아져 나오게 만들지.
세포의 가장 완벽한 상태는 암이지. 민주주의는 암적이며, 모든 관료주의가 민족주의의 암이야. 관료주의는 국가의 모든 곳에 뿌리를 내리고 마약단속청처럼 악성으로 변하기도 하고, 점점 더 크게 자라서 자신과 비슷한 것들을 만들어내고, 숙주를 통제하거나 제거할 수 없다면 아예 숨통을 죄어버리지. 관료주의는 숙주 없이는 자랄 수 없는 완벽한 기생 조직이야. (반면 공생은 숙주가 없으면 살 수 없지. 바로 이런 식으로 우리는 살아야 한다고. 그 조직의 기능을 수행하는 모든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독립적인 단위 조직을 만드는 것. 반대로 관료 조직은 자신들의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 필요를 창출하지.) 관료주의는 암적인 존재로서 무한한 가능성, 분화, 그리고 독립적이면서도 자발적 행위를 지향하는 진화의 방향을, 바이러스와 같은 완벽한 기생주의로 바꿔놓았지.
(바이러스는 더욱 복잡한 생명체에서 퇴화된 형태라고 여겨진다네. 한때는 독립적인 생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지금은 생명체와 비생명체 사이의 경계에 있는 것으로 여겨지지. 숙주 안에서, 다른 생명체를 이용해서 살아 있는 형태―삶을 부정하고, 비유기적이며 비탄력적인 기계로듸 비생명체로의 퇴화.)
국가의 구조가 붕괴될 때 관료주의도 사라져. 그렇게 되면 자리를 잘못 잡은 촌충이나 숙주를 죽인 바이러스처럼 무기력하고 독자적인 생존이 불가능해지지.” (236~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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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여기서 뭐하는 거야? 당신 누구야?”
그리고 나는 내가 거기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내가 누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침착하게 행동하기로, 주인이 나타나기 전에 내가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파악하기로 했다……따라서 “내가 누구지?”라고 외치는 대신에 침착하게 주위를 살펴본다면 대충 여기가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었다……태초에 여기에 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종말에 여기에 있지도 않을 것이다……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것인지에 대해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은 피상적이고 상대적인 것일 뿐이다……내가 생아편으로 연명하는 누렇게 뜬 얼굴의 이 젊은 마약 중독자에 대해 뭘 알겠는가?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려고 했다. “언젠가 아침에 일어나보면, 무릎 위에 당신의 간이 나와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요.” 그리고 생아편을 가공해서 독소를 제거하는 방법을 일러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의 눈은 흐리멍덩하고, 그는 알려고 하지 않는다. 마약 중독자는 대부분 그 과정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당신도 그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해줄 수 없을 것이다……흡연자는 담배 피우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은 알고자 하지 않는다……헤로인 중독자도 마찬가지다……항상 바늘을 사용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가루를 사용한다…….
내가 생각건대 그는 탕헤르 외곽 지역의 1920년대 스페인 풍 저택에 앉아서 쓰레기, 돌, 지푸라기가 묻은 생아편을 먹고 있을 것이다……그는 뭔가를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 속에 사로잡혀 있다…….
작가가 작품의 소재로 쓸 만한 유일한 소재가 있다. 글을 쓰는 순간에 자신의 감각에 존재하는 것……나는 기록하는 기계일 뿐이다……나는 ‘이야기’, ‘플롯’, ‘연속성’을 억지로 삽입하려고 하지 않는다……정신 작용의 특정한 부분을 직접 기록할 수만 있다면, 나는 제한적인 기능만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나는 연예인이 아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소유욕’이라고 부른다……종종 몸에서 자신들의 실체가 뛰쳐나온다―그 형태는 노란 주황빛 젤리와 같다―고질적인 주택난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 손을 뻗쳐 지나가는 창녀의 내장을 가르거나 이웃집 아이들을 목 졸라 죽인다. 마치 내가 항상 거기에서 있으면서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아니다! 나는 거기에 없다……소유욕에 완전히 사로잡혀 있지 않기 때문에 잘못된 충고에 따른 움직임을 막을 위치에 있다……사실 순찰을 하는 것이 내 주된 일이다. 경비가 아무리 철통 같다 하더라도, 나는 항상 외부에서 명령을 내린다. 내부에서는 젤리로 된 구속복이 몸을 사방으로 늘리며 외부 검사 도장이 찍힌 모든 움직임, 사고, 충동에 앞서 변화를 시도한다…….
작가들은 죽음의 달콤하고도 역한 냄새에 대해 이야기한다. 반면 마약 중독자들은 죽음에 어떤 냄새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냄새는 숨을 막고, 피를 멈추게 한다……누구도 분홍 소용돌이와 육체의 검은 혈액 여과판을 통과해서 죽음을 호흡하거나 냄새 맡을 수 없다……죽음의 냄새는 분명히 냄새이기는 하지만 냄새가 완전히 부재하는 냄새다……냄새의 부재가 먼저 코를 자극한다. 왜냐하면 생명 있는 모든 존재는 냄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냄새가 나지 않는 것은 눈에 있어서는 암흑과 같고, 귀에 있어서는 침묵과 같고, 균형과 방향 감각에 있어서는 스트레스와 무중력 상태 같은 것이다…….
당신은 그 냄새를 맡고서, 마약 약효가 다 되어 고통 받는 중독자들이 냄새 맡을 수 있도록 그 냄새를 다시 내뿜어왔다……중독자가 발광을 하면 아파트 전체가 죽음의 냄새 때문에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태로 변할 수도 있다……하지만 환기를 잘 하면 다시 그곳은 적당한 악취가 풍기는, 사람들이 숨을 쉴 수 있을 만한 곳이 될 것이다……당신은 또한 갑자기 일어나는 산불처럼 기하학적으로 움직이는 기름 버너가 탈 때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을 것이다…….
치료법은 항상 이거다. 가자! 뛰어! (347~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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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전은 여러 부분으로 나뉘어 있지만 원래는 한 편이었고 또 그렇게 여겨져야만 한다. 하지만 각 부분들이 마치 흥미진진한 성관계처럼 앞뒤로 연결되어 있다. 이 법전은 모든 방향에서 읽힐 수 있다. 인생의 다양한 장면을 보여주는 만화경, 각종 가락과 거리의 소음들, 방귀와 폭도들이 지르는 외침, 가게의 강철 문을 세게 닫는 소리, 고통과 비애의 비명, 그리고 순진한 동성애자의 비명, 교미하는 고양이들, 해고된 고집불통의 분노의 외침, 육두구를 먹고 혼미한 상태에 빠진 브루조가 지껄이는 예언, 목뼈 꺾기, 흰 독말풀에 취한 후 지르는 비명, 오르가슴의 신음 소리, 굶주린 세포가 새벽녘에 헤로인을 갈망하는 침묵, 광적인 담배 경매처럼 소리를 질러대는 카이로 라디오 방송, 섬세한 손가락으로 초록 사기 조각을 더듬으면서, 새벽 회색 지하철의 약간 술에 취한 노동자들처럼 보이는 마약 중독자들을 뒤흔드는 라마단의 플루트 소리.
이는 정액 안테나가 달린 1920년식 광석 수신기로 주파수 변조 없이 들을 수 있었던 계시이자 예언이다……점잖은 독자들이여, 우리는 항문을 통해서 마약 덩어리 오르가슴을 느끼며 신을 만나게 된다……이 구멍들을 통해 당신의 몸을 변화시킨다……나가는 길이 바로 들어오는 길이다…….
이제 나 월리엄 시워드는 말문을 열 것이다……바이킹과 같은 나의 심장은 저 거대한 갈색 강을 항해한다. 그 강에서는 정글의 여명 속에 모터보트가 다니고, 모든 나무들의 나뭇가지에는 커다란 뱀들이 똬리를 틀고 있고, 슬픈 눈을 한 여우 원숭이가 강변을 내려다보고, 미주리 들판을 가로질러(소년은 분홍 화살촉을 발견한다) 멀리서 기차의 기적 소리가 들리고, 나는 하느님이 선사한 항문을 사용할 줄 모르는 거리 소년이 느끼는 굶주림을 느낀다……점잖은 독자들이여, 그 법전이 강철 발톱을 지닌 표범 사나이와 함께 당신에게 덤빌 것이고, 마치 기회주의적인 땅개처럼 손가락과 발톱을 절단낼 것이고, 당신을 교수형에 처할 것이고, 암호를 해독할 줄 아는 개처럼 당신의 정액을 핥을 것이고, 독사처럼 당신의 허벅지를 조일 것이고, 부패한 원형질 주사를 당신에게 주사할 것이고……그렇다면 왜 암호를 해독할 줄 아는 개란 말인가?
일전에 나는 입에서 항문까지 거치는 데 꼬박 일 년이 걸리는 듯한 긴 점심을 먹고 돌아오고 있었다. 그때 나는 한 아랍 소년이 뒷발로 걸을 줄 아는 점박이 개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커다란 점박이가 친근감을 보이며 소년에게 다가갔지만, 소년은 개를 밀쳤다. 그러자 점박이는 으르렁거리더니, 조그만 아이를 물었다. 마치 “이것은 바로 자연에 대한 죄악”이라고 인간처럼 말하는 법을 모른다는 듯이 짖으면서.
그래서 나는 그 점박이를 암호를 해독할 줄 아는 개라고 부른다……그리고 한마디 하겠는데, 나는 항상 진솔한 검둥이로 통해왔다. 그리고 해독할 수 없는 동방(東方)은 그것을 삼키기 위해서 항상 한 움큼의 소금을 필요로 한다……당신네 기자들은 하루에 모르핀 서른 알을 섭취하고 여덟 시간을 대변처럼 이상하게 앉아 있어야 한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몸을 비비꼬고 있는 미국인 관광객이 묻는다…….
나는 대답한다. “모르핀은 리비도와 감정이 있는 시상하부를 억압하고, 전뇌는 후뇌의 자극에 의해서만 움직이고, 또한 대상(代償)형의 시민들은 항상 후부에서 흥분을 느끼기 때문에, 대뇌에서는 어떤 작용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나는 보고해야 합니다. 나는 당신의 존재를 의식하고는 있지만, 마약을 대주는 사람이 내 감정을 끊어버려―내가 더 이상 돈을 낼 수 없기 때문에―그 존재가 나의 감정에 어던 영향도 주지 않으므로 나는 당신이 무슨 일을 하든 관심이 없습니다……가든지, 오든지, 강철판이나 레즈비언에게 어울리는 그런 것을 가지고 똥을 싸든지 뭘 하든지 마음대로 하세요―죽은 자들과 마약 중독자들은 신경 쓰지 않을 겁니다.” 그들은 해독할 수 없어요. (359~3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