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雨裝愚齋 > 쑤퉁은 왜 잠재력 있는 작가인가?
이혼 지침서 (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이 땅에 처음 소개되는 쑤퉁의 소설을 유려한 문장으로 읽는다--중국어가 지닌 맛을 느끼면서--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역자가 번역한 '연인아, 연인아''영국여인'죽은 불 다시 살아나'를 읽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어제 새벽에는 지방만 휩쓸고 지나가는 장맛비가 서울에 쏟아붓는 것 같았다. 베란다에 들이치는 빗소리가 오히려 반갑다는 느낌을 주었다..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자자한 명성만 듣고 있었던 작품을 직접 읽는다는 행복한 책읽기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리라. 과연 그 명성에 걸맞는 작품을 날이 밝아올 때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아쉬웠다. 그러나 어찌하리...다음 작품을 기다리는 수밖에....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쌀'이라는 작품이 나올 때까지는.....애인을 기다리듯이 기다리는 수밖에....

이혼 지침서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세 편의 작품...妻妾成郡, 離婚指南, 三盞燈은 중국어(간체와 번체) 뿐만 아니라 불어, 이태리어, 네덜란드어, 일어로 번역될 정도로 이미 작품성을 널리 인정받은 작품이다. 특히 처첩성군은 쑤퉁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널리 인구에 회자될 정도이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왜 2001년 중국의 대학생들이 선정한 '가장 잠재력 있는 작가'로 선정되었는가? 여러기지 이유가 있겠지만, 쑤퉁의 작품들은 북방의 언어와 발음을 토대로 한 중국 현대문학을 남방의 언어와 발음으로 그 문학의 중심을 전환시킨데 있다고 한다. 심하게 말하면 중국 문학의 꽃이라고 할 수도 있는 唐詩, 宋詞, 元曲 속에 유유히 흐르는, 상형문자가 드러내는 한 폭의 이미지 서사를 복권시킨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중국의 현대문학에서 북방의 문학이 남방의 문학으로 전환한다는 것은  루쉰으로 대표되는 계몽적 서사(시간의 서사)가 이미지 서사(공간 서사)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쑤퉁의 소설 작품은 하나의 나침반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쑤퉁의 소설은 원인과 결과를 토대로 한 서구적 서사 전통(소설)을 이미지와 서정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전통의 문학(詩詞)적 복권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리라. 특히 '처첩성군'에서 묘사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 볼 때, 시간의 서사(이성의서사/진보의 서사)가 봄,여름,가을, 겨울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 쑹렌(頌蓮)이 천(陳)씨 집에 첩으로 온 초여름으로부터 가을, 겨울로 이행된다는 것은 바로 쑹렌이 기운찬 시절에서 쇠퇴함으로, 그리고 기운이 다하여 발광하는 단계로 주인공의 운명을 묘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둘째, 셋째 첩인 줘윈(卓云)이나 메이산(梅珊)의 운명도 모두 이 세 계절과 대응관계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 그리고 다시  다섯번 째 첩인 원주(文竹: 원주는 바로 새로운 쑹렌이다)가 다음 해 봄에 천씨 집으로 들어오는 이러한 소설적 구성은 쑤퉁이 생각하고 있는 문학관이 기존의 것과는 많은 차이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비록 그의 역사관념이 매우 전통적일 뿐만 아니라 퇴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하더라도....또한 '처첩성군'에서 묘사하고 있는 여름철의 해당화, 가을날의 자등, 쓸쓸한 빗소리, 스산하게 내리는 눈 등의 이미지 묘사는 書畵同源이라는 중국 고대 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이러한 묘사가 드러내는 특징...즉 관념없는 이미지의 세계는 쑤퉁 소설의 최대 장점이자 그만이 갖고 있는 특징이라고 한다.

하여, 쑤퉁의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소일거리가 아닌 이 땅의 당대 소설을 읽는데도 하나의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이혼지남이 바로 이혼의 나침반이 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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