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카
베네딕트 데 스피노자 지음 / 서광사 / 1990년 10월
평점 :
절판


제목의 말은 들뢰즈가 스피노자를 두고 한 말이다. 그리고 들뢰즈는 결국 스피노자주의자였다. 스피노자에 관한 책들이 몇권 번역되어 나와 있고, 그중 특히 관심을 끄는 책은 들뢰즈의 책(민음사에서 나온 '스피노자의 철학')과 네그리의 책('야만적 별종')이기는 하다. 하지만 난 그들의 책을 먼저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지는 않다. 그보다는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먼저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스피노자에 대한 평가는 시중에 나와 있는 여러 철학사책들을 일별해보더라도 언제나 한 chapter를 할애하는 존경을 보이면서도 그 해석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알수가 있다. 어떤 이들은 신비주의자로, 어떤 이들은 유물론자로, 어떤 이는 관념론자 혹은 (신)플라톤주의자로, 어떤 이는 데카르트의 제자로, 어떤 이는 반테카르트주의자로 그를 해석하고 있다. 과연 그의 철학이 어떠한지를 알고 싶으면 에티카를 펼쳐야 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스피노자에 관한 저서들을 권하지 않는 것은 그 책속에는 들뢰즈의 스피노자와 네그리의 스피노자가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 책을 먼저 접하고 에티카를 보면 스피노자는 보이지 않고 그들이 이해한 스피노자만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솔직히 그들의 책이 에티카보다는 훨씬 흥미있고 현대적이기는 하다.) 에티카는 어떤 한 해석에 사로잡히면 그것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에티카를 진가를 놓치고 묻어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역으로 에티카를 읽고 그들의 책을 읽는 것이 그들을 이해하기에도 유리하다.

서광사에 나온 이 책은 역자가 라틴어원저를 5년에 걸쳐 해석한 것으로 상당히 번역이 잘 되어 있다. 하지만 17세기철학 용어는 우리에게 너무나 생소한 것이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무척 힘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피노자는 많은 부분 테카르트의 용어를 전용하고 있고 또한 스콜라적인 용어들도 산재해 있기 때문에 요즘의 의미로 해석해서는 오해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가능하다면 컬리가 편찬한 스피노자전집1권을 참조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될것이다.(일일이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혜원사에서 나온 에티카는 이 책을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에티카는 한번의 숙독으로 그 참 가치를 알기는 힘이 드는 책이다.(물론 중요한 철학저서들이 다 그렇기는 하지만...) 몇번을 숙독하다보면 그때가 되어서야 스피노자가 하고자 하는 의미가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그때까지 포기하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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