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오스틴 > 드디어 지젝의 주저가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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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다로운 주체 - 정치적 존재론의 부재하는 중심 ㅣ 슬로베니아 학파 총서 5
슬라보예 지젝 지음, 이성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5년 4월
평점 :
사람마다 평가는 다르겠지만, 나는 지젝을 생존하는 사상가 중 최고로 꼽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 만큼 제대로 읽히지 않는 사상가도 없는 것 같다.
예컨대, 그는 들뢰즈나 푸코와 같은 유행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극히 저조한 판매지수를 보라!)
그에게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주로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로 한정되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는 바꿔 말해, 지젝은 주류(속칭 아카데미와 거기서 파생된 연구집단)에게 '까다로운' 사상가이라는
말이 된다. 그들에게 지젝은 '얼치기'나 '사기꾼'으로 비치기는 것 같다. 더구나 그는 정신분석이라는
한국인문학계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는 학문적 기반 위에 서있다.
그러나 데리다가 '프로이트에게 공정하기'를 소리 높여 외쳤던 것처럼,
우리도 역시 '지젝에게 공정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만약 이에 동의한다면, <까다로운 주체>은 그에 대한 근거가 되어줄 저작이다.
이제껏 지젝의 주저로 주로 <이데올로기의 숭고한 대상>과 <그들은 자신들이 하는 ~>이 많이
이야기되어 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쓰여진 논문의 편 수에서도 알 수 있듯이(서구권에서)
가장 많이 언급되고 논의되는 책은 바로 이 <까다로운 주체>다.
다시 말해, 이 책을 읽지 않고 지젝을 읽었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말이 된다.
물론, 이 책은 그리 녹녹한 책은 아니다. 말 그대로 '까다로운' 책이다.
하지만, 데카르트가 '까다로운' 주체를 발견하는(그러나 회피하고마는)
근대철학사상 가장 위대한 발견의 순간에 함께 입회하길 원하고,
오늘날 우리가 암묵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진실에 한 발 더 다가서길 원하는 이들은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나는 이 책을 감히 들뢰즈/가타리의 <앙띠 오이디푸스>와 비교하길 주저하지 않는다.
더구나 지금 오늘날을 사유하는데 있어서도 더 많은 계발적인 논쟁점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이 책은 이제껏 지젝 번역서들이 받아온 수많은 질타 속에서 상당히 자유롭다는 것을
덧붙이고 싶다. (실은 절반 정도만 읽은 상태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