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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5월
평점 :

굿 이브닝, 펭귄
김학찬 장편소설
<풀빵이 어때서?>로 제6회 창비장편소설상을 수상한 김학찬.
<굿 이브닝 펭귄>은 "진중하면서도 균형 잡힌 문제의식으로 현실 세계를 진단하고
이를 재기 발랄한 이야기로 재창조해내는 귀한 재주를 가진 신예"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학찬의 신간 장편소설이에요.
이 평가는 맞는 거 같아요. ^^
깜짝 놀랄만한 소재를 가지고 이야기를 썼는데...
읽는 내내 뭔가 씁쓸하면서도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았거든요.
그런 제 모습을 보면서 신랑이 하는 말
"그렇게 재밌어?"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펭귄의 탄생과 성장"이라는 띠지 문구와
첫 장을 읽기 시작하면서 "뭐지?? 펭귄에 대한 보고서? 다큐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분명 '장편소설'이라고 알고 읽기 시작했는데...
13년 동안이나 숨어 살고 있었던 펭귄.
누구나 한 마리쯤은 품고 있는, 흉측한 외모와
통제불능한 성질머리를 가진 자신의 일부인 펭귄.
도대체 펭귄이 뭘까? 하는 궁금증이 대폭발하는 순간...
"펭귄이라고 하자.
있는 그대로 함부로 부르면 욕처럼 들리니까, 펭귄이라고 하자.
가끔 입에 좆을 물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 앞으로는 부드럽게,
'오늘 기분 참 펭귄 같네'라고 하자" (p8)
좆? 오늘 기분 참 펭귄 같네?
= 오늘 기분 참 좆 같네!
그럼... 펭귄=좆?
뭐지? 순간 너무 당혹스러웠어요. 큼큼
이렇게 펭귄의 의미를 파악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기 시작했어요.

김학찬의 장편소설 <굿 이브닝, 펭귄>은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랍니다.
남자의 성기에 '펭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사춘기 이후 남자들이
펭귄과 얼마나 자주 만나서 악수를 하는지, 야설, 트럼프, 음란 비디오, 야동까지
중, 고등 시절 친구들과 돌려보다 선생님께 혼나던 에피소드까지...
잘 몰랐던 '남자들의 사춘기와 성'에 대해 적나라하면서 재미있고,
위트 있게 풀어 내고 있답니다.
펭귄과의 악수를 이틀에 열 번, 그러다 일주일에 열 번으로
바꾸었다는 둥,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야동을 보면서
쉴 새 없이 즐기는 펭귄과의 악수 내용을 보면서...
'정말일까?, 진짜인가?'하는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말이에요.

뿐만 아니라 보이스카우트, 죠다쉬, 마이마이, H.O.T, 삐삐
마니또, 판치기, 플로피 디스켓, IMF 사태, 입시 경쟁, 학자금 대출,
2002 한일 월드컵, 최저시급 아르바이트, 비정규직 문제까지
90년대 중후반 2000년대 초반까지의 추억과 시대상을
발랄하고 위트 있게 서술해 주고 있어요.
같은 시대 중, 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다녔던지라
맞아 맞아!! 하면서 그 시절을 떠올리며 책을 읽었답니다.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 수 없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적당히 해도 살 만한 세상이 정상인데,
정상적인 세상은 비정상적으로 존재하지 않았다."(p 144)

등록금 때문에 가고 싶은 대학을 포기해야만 했던 누나.
적성보다는 성적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는 모습.
명예 없는 명예퇴직을 당한 아빠와 마트 캐셔를 할 수밖에 없는 엄마.
최저시급을 받으면서 전전해야 하는 아르바이트 신세.
학자금 대출과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던 인턴 생활 등
분명 2000년 초반의 이야기인데....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함없이 반복되는 있는 현실이기도 하죠.
<굿 이브닝, 펭귄>은 지난 시절 이야기를 통해
오늘을 살고 있는 청춘들의 불안과 두려움,
고민들을 떠오르게 하고 현실을 돌아보게 만들어주네요.
뭐지?? 하면서도 자꾸 이야기 속으로 빠져드는 묘한 매력이 있고,
나중에 나의 아들이 사춘기 때 그러더라도 전혀 놀라지 않을 수 있게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소설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