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름 The Summer K-픽션 18
최은영 지음, 제이미 챙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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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 The Summer



최은영 / 옮김 : 제이미 챙



 


요즘 대선 후보들의 '동성애 발언'으로 논란이 되고 있죠. ​

동성애, 동성혼을 합법화하느냐 마느냐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심한데요.

사실 나랑 상관없는 일이고, 주변에 관련 있는 사람도 없어서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고 생활했던 건 사실이에요.

그런데, 이번에 '동성애' 논란이 일고, 성소수자들이 특정 후보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보면서

동성애, 이성애, 양성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답니다.

그러던 중, <그 여름> 책을 만났어요. ^^





 



 

사실 책 표지의 '제이미 챙 옮김'이라는 것을 보고,

한국소설 아닌가? 작가가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해서 한국어를 모르나?

그래서 영어로 쓴 책을 번역한 건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참 무식하죠? ㅠ.ㅠ)



 

[ K-픽션 시리즈 ]

 '최근에 발표된 가장 우수하고 흥미로운 작품을 엄선해

한영대역으로 소개하는 시리즈로,

한국문학의 생생한 현장을 국내외 독자들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자 기획되었다.'

라고 하네요.





 




또 하나, <그 여름>이 동성애를 다룬 소설이라는 것을 모르고 읽기 시작했어요.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던 이경이 수이가 찬 공에 얼굴을 맞았다"(p 8)

첫 페이지의 몇 문장을 읽고, '공을 찬 수이는 남자, 공을 맞은 이경은 여자구나'라는 생각과

풋풋한 고등학생들이의 상큼한 첫사랑 이야기 일 거라 예상했답니다.



"둘은 사이좋은 자매들처럼 같이 낮잠을 자기도 했다."(p 20)

"여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다는 사실을 이경은 들어 알고 있었다.

…(중략)…레즈비언이 어딘가 은밀하고 야릇하며

더럽고 무섭고 우스운 사람들이라는 뜻을 담고 있는 것 같았다.

자신에 대해 확실히 알지 못했을 때였는데도

이경은 그 아이들과 함께 웃을 수가 없었다." (p22)



이 부분을 읽고 나서야 동성애를 다룬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답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어요.

머릿속에 생각했던 남, 여 모습을 지우고, 이경과 수이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말이죠.









"아무리 아이들과 따라 하려고, 비슷해지려고 노력해도 그렇게 되지 않았고,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를 애써 바꿔보려 했지만 불가능했으며

그렇다고 바뀌지 않는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p 106)



<그 여름>은 열여덟 살의 두 소녀 이경과 수이

예기치 않게 찾아온 사랑이라는 감정에 흔들리는 한때의 여름,  

흔치 않는 사랑을 하면서 그들이 겪는 일상의 작은 균열들을,

 맑고 투명한 수채화 같은 풍경으로 담아낸 소설이에요.









서른네 살이 된 여인 이경의 시점으로 이경과 수이가 만난 고교시절부터

스무 살이 되어 서울로 이주한 얘기, 이경에게 다가온 새로운 사랑 은지,

이경과 수이의 이별, 그리고 서른넷이 된 이경의 현재 모습까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답니다.



내가 좋아하고 보고 싶어 하던 사람이 나와 같은 마음임을 알았을 때의 가슴 벅참과 설렘,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도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들어와 겪게 되는 혼란스러움... 등

나의 20대 시절이 떠오르면서 공감도 되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하네요.









"나이와 성별, 세상이 규정해놓은 온갖 기준으로 그들의 모습을 재단하며 비웃고,

화를 내는 그들이 사랑을 금하기도 한다.

사랑은 세상에서 허락받은 사람들이 독점하는 것이라며,

사람의 사랑을 더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작가's 창작노트 中)



나와 다르다고 해서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이 있죠.

홍석천이 커밍아웃 했을 때, 사람들의 비난에 한동안 TV 출연을 못했던 것도 그래서 그런 거고요.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니 수군거리고, 상처 주는 말 대신에...

'이런 사랑도 있구나'하고 인정해주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태어나고 싶은 나라, 성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동성애자, 양성애자도 자기 선택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 여름>을 읽으면서 ​최은영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졌어요.

특유의 순하고 담백한 문체로 독자들의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하니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찾아서 읽어보고 싶네요.



특히, 2016년 말 교보문고 소설 전문 팟캐스트 '낭만서점'에서 진행한,

소설가 50인이 뽑은 '올해의 소설'에 선정된 <쇼코의 미소>부터 읽어봐야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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