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방현석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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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방현석 소설


 


2014년 4·16 세월호 참사.

세월호 참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단원고 학생들.

세월호에 탄 승객들이 단원고 학생들만 있었던 건 아닌데...

희생자 중 단원고 학생들이 많았던 이유로 단원고 학생들만 기억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하지만, 세월호가 할퀴고 간 흔적이 영원한 아픔으로 남아 있는 와중에,

소외당하고 보호받지도 못하고, 잊혀져 가는 이들을 있답니다.

방현석의 <세월>은 바로 그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방현석의 <세월>은 어린 딸을 제외한 일가족이

 배와 함께 차가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베트남 이주민 가족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여진 소설로,

희생자인 베트남 엄마의 아버지(쩌우) 입장에서 쓰여있어요.


 

 

한국으로 시집 온 이주여성 린은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제주도로 귀농하기 위해 세월호에 탔어요.

하지만, 세월호는 침몰하였고, 오빠가 구명조끼를 벗어주어 다섯 살 외손녀만 구조되지요.

수색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지만 딸과 사위, 외손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자

직접 한국으로 온 쩌우와 로안(린의 동생).


 

 

 


 

 

린은 159번째로 일주일 만에 바다 위로 올라왔지만 쩌우는 사위와 외손자를 기다리느라

진도 체육관을, 팽목항을 떠날 수가 없어요.

 

 

 

아직 9명의 실종자가 있는데 돈 때문에 선체 수색은 중단되고,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쩌우와 로안을 보는 시선은 차가워지네요.

그리고, 가족을 잃어 슬픔과 절망에 빠진 쩌우와 로안에게

"도대체 보상금을 얼마나 받아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냐"면서 비아냥거립니다.



 

 


 

"탈출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는데도 왜 내 딸이 거기서 죽어야 했는지,

내 사위와 외손자가 왜 아직도 저 안에 갇혀 있어야 하는지

 누군가 설명을 해주어 하지 않아?"

쩌우와 로안은 보상금이 아닌 진실이 알고 싶을 뿐인데 말이죠!



 

".....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돈뿐이 모른다고 생각하지.

슬픔이나 자존심 같은 건 있을 리가 없는...

돈이 인격이고, 돈이 없으면 사람이 되지 않는 세상. 돈 앞에서 아주 공정한 나라야."

"우린 여기서 사람이 될 길이 없구나……." (p73~74)


 

가난한 베트남에서 나이 많은 한국 남자에게 시집온 여성들에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온 가난한 나라의 이주노동자들에게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 "돈 앞에서 아주 공정한 나라!"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자식과 사위, 외손자를 잃은 것뿐인데

겉모습으로 왜 다를 것이라고 판단하고, 상처를 주는 것일까요?

세월호 유가족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는데...

하물며 가난한 나라 베트남인 유가족이라니... 상상만 해도 마음 아프네요.




배가 물이 들어오는데 어떻게 해

그럼 일단 밖으로 나와야지

안돼. 방송에서 가만히 있으라고 해.

물이 들어오는데 왜 가만히 있어? 나와!!

안 돼. 아빠 나 우리 반 부회장이잖아. 선생님 도와서 애들 챙겨야 해.

애들 구명조끼 입혀주러 가야 해, 끊어.

아빠, 사랑해.


 

넘어진 배가 뒤집히게 생겼으면 무조건 밖으로 나가게 하는 게,

탈출시키는 게 당연한 거잖아요.

그 선장이란 새끼와 선원들이 애들을 다 버리고 지들끼리 도망칠 줄 어떻게 알았겠어요.

인근의 어선들이 구조하러 달려와 있었고, 근처를 지나던 대형 유조선이

사백 명이고 오백 명이고 다 태울 수 있으니 빨리 탈출시키라고 하던 중이었다잖아요.


 

뛰어내리게만 하면 되는데 관제소도, 해경도, 청와대도 보고만 받고

아무도 탈출시키란 지시를 않고…… 애들이 살아서 발버둥 치고 있었을 하루 동안

배 안에 잠수요원 한 명 투입하지 않고 사상 치대의 구조작전이라고 사기나 치고..


 

개자식들, 학급 부반장만 한 양심도 책임감도 없는 개자식들.... (p5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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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참사는 어느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되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는 어느 전문가의 말.

만약 선장이 책임감을 가지고 제대로 상황을 파악하고 지휘했더라면...

만약 승무원이 탈출하라고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을 했더라면....

만약 선생님과 학생들이 안내방송 무시하고 그냥 대피했더라면...

만약 대통령이 급박한 상황을 파악하고 총체적인 지휘를 나섰더라면...

정말 이 중 한 가지라도 제대로 되었다면 304명이라는 희생자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보상금을 얼마나 받아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냐"

"바다에서 난 교통사고잖아. 그걸 가지고 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어.

대한민국에서 교통사고 당한 사람들 다 나라가 책임져야 해?"

"어쨌거나, 수억 원씩 준다는 데도 더 받아먹으려는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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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연 내 자식이... 내 가족이 당한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요?


 

 

 

<세월>은 아무도 찾지 않았던 4·16 세월호 참사의 그늘,

한 베트남 이주민 가족의 기막힌 이야기이자 추악하고

 끔찍한 한국의 모습을 수면 위로 끌어올린 소설이에요. 

우린 분명 평화의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쟁보다 더한 상처를 주는 참사가 목을 얽매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비인간적 인간들이 떠드는 곳에서 살고 있고,

그곳이 한국이라고 말하고 이네요.



 

 


 

 

세월호 미수습자 9명 모두 기다리는 가족들에게 하루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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