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기 힘든 아내 다나베 세이코 에세이 선집 2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16년 10월
평점 :
절판


 

하기 힘든   아내


글 : 다나베 세이코 / 옮김 서혜영



 

<하기 힘든 아내>는 <여자는 허벅지>에 이은

다나베 세이코의 두번째 남녀담론 에세이로,

1978년부터 1987년까지 주간지 <슈칸분슌>에 연재했던 글을

바탕으로 꾸린 에세이집이에요.


'1978년부터 연재한 글'이라 내용에서 깜짝 놀랬어요.

지금부터 38년 전에 쓰여진 글이라니...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쓰여진 글을....

2016년에 읽기에는 너무 오래된 글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렇게 출판을 한 것은 뭔가 이유가 있겠지~ 출판사를 믿어보자..

하는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어요.


 

 

연애소설의 대가 다나베 세이코.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을 쓴 작가였군요.

오래 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이고,

영화로도 봤었는데... 작가와 작품을 매치 못하는.... ㅠ.ㅠ


 

 

<하기 힘든 아내>는 남성 중심 사회에서 비롯된 남녀 차별 문화,

여성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지적하고 사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글들로 채워져 있어요.


1970~80년대의 우리나라를 생각해 보면 남성우위, 남성줌심의 사회였죠.

그러면서 차츰 여성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하고,

여성의 지위와 역할에 변화를 꾀하려는 움직임도 많이 있는

격동의 시기였을 텐데....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였겠죠?


그런 시기에 전데 문제에 대해 서슴없이 발언하고 글을 쓴 다나베 세이코...

남자들 입장에선 당돌한 아줌마라고 생각했겠지만

어찌보면 시대를 앞서가고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래서 38년 전의 글이지만 2016년에 읽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글인 것 같아요.



 

 

다나베 세이코는 신문이나 잡지, 텔레비전이나 책에서 접한 다양한 사건 사고,

 혹은 작가 자신의 지극히 사적인 일상을 소재 삼아 개개의 이야기 시작하고 있어요.


<하기 힘든 아내> 제목만 보고

육아, 살림, 등 아내 노릇 힘들다!! 는 이야기인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였어요.

첫 에피소드를 읽고... 뭐지? 하면서 멘붕이 왔답니다. ㅋㅋㅋ


"요즘 마누라는 참 해보기 힘들어졌다"네요...


ㅎㅎㅎ 뭐가 힘들어졌냐구요??


청소, 빨래, 유리창을 닦는 등 집안일을 씩씩하고 신명난, 열심히, 조리있게 일하는 모습 보면,

남자들은 여자가 참으로 사랑스러워 그만 끌어안고 싶어죠

'어이, 어이, 잠깐 이쪽으로 와라고' 하면


옛날 여자들은 정이 있어서 '아이참....' 하면서 마지못해 현관문 잠그고

창문을 닫고, 젖은 손을 닦아 가면 남편이 부르는대로 안으로 들어 왔는데..


요즘 여자들은 '밤까지 기다려요!'

'토요일까지 가다려요!' 라고 말한대요...


그래서 남자가 그거 하기가 힘들어 졌다네요.

  

제목만 보고 생각했던 그런 내용과는 완전 반전 내용이더라구요.

그래서 '다나베식 페미니즘'이라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지요.

그리고 과연 그 뒷 이야기들은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하더라구요.

 

 

평소 건강한 주부가 병을 얻어 입원해 있는 동안 남편과 아들 셋을 돌보기 위해 가정부와

본인 병 간호을 위한 간병인을 고용했단다.

병원과 집을 합쳐 인건비가 많이 나오니 주부가 하는 말


"주부가 입원하면 돈이 많이 든다.

앞으로 주부가 입원할 때를 대비해 평소 저금을 해 둬야 한다는 걸 알았다"

맞아!! 맞아!!! 하면서 공감하면서 비상시를 대비해서

저금을 꼭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읽는데...


 

다나베의 말

"주부가 아파서 입원할 것에 대비하여

남자아이도 집안일을 할 수 있게 교육시켜야겠다고 말을 해야지!!""

 


나의 의식 수준이 1980년대 아줌마 의식 수준과 비슷하다니.. 씁쓸하다.. ㅠ.ㅠ


 

 

남자의 술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가모카 아저씩의 말


"남자들이 마음 내키는 대로 주정을 하고 가족을 쿵핍하게 만들고 '와장창 쿵쾅 확!'을 하다보면,

그 집 아이는 반드시 일대 결심하여 야무진 사람으로 커 가는 거지요. 아버지 술에 취해 주정을 하니 효자가 나오도다."


ㅎㅎㅎ항상 다나베의 의견에 회의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심각한 문제도 남녀의 잠자리 문제, 음담패설로 바꿔서 이야기하는 가모카 아저씨.

이 아저씨와 다나베의 대화를 보고 있으면 만담을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재미있어요. ^^


 

이혼을 막으려면 남편과 아내가 '서로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를 알려면 건설적인 부부싸움을 해야한다. 고 말하는 다나베.


가모카 : 왜 서로 알아야 하나요?

굳이 싸워 가면서까지 서로를 알려고 하지 않아도

결혼 생활은 문제없이 계속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다나베 : 어떻게요?


가모카 : 비결은 하나. 보고도 못 본 척!

그리고

쉿. 진심을 결코 입에 담아서는 안 되는 것.


 

<하기 힘든 아내> 각 에피소드에서는

다나베의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 제기를 하면

가모카 아저씨가 불쑥 등장해 그 의견을 뒤집어 버려요.

그리고 좀 더 발전된 결론으로 나아가는 구조로 이루어진

이런 반전들이 <하기 힘든 아내>를 읽는 재미에요.

 


 

 

 남성 중심 사회를 비판하고 남성들의 고루한 의식을 꼬집어,

여성의 권리와 자유, 성적능동성 따위를 이야기하는 '나' 다나베와

젠더 문제를 남녀의 잠자리 문제로, 사회 비판을 음담패설로

바꿔 버리는 패악을 저지르는 '가모카 아저씨'의

만담같은 에세이 <하기 힘든 아내> 재미있어요~ ^^

 


<하기 힘든 아내>에서 저자가 서술하는 남녀 관계는 남녀 간의 개인적 관계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 즉, 젠더에 관한 것이다. 젠더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하기 힘든 아내>는 조금 오래전에 쓰이긴 했지만 여전히 현실성을 갖는다. 연애 소설의 대가 다나베 세이코가 젠더 문제를 요리하는 재주는 어떠한가를 음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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