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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 ㅣ 우리아이들 우리 얼 그림책 2
김하루 지음, 김옥재 그림 / 우리아이들(북뱅크) / 2016년 10월
평점 :

우리 얼 그림책 2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
글 : 김하루 / 그림 : 김옥재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를 끼워 넣은 액자형 그림책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는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야기’
덕분에 행복한 ‘이야기꾼’으로 거듭난 호랑이 이야기에요.

책을 보자마자 그림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는 아이들.
꼭.. 그림을 먼저 쭈욱~ 본 후 "이제 읽어줘~" 하면서 들이민다.
"그림 보니까 생각나는 이야기 없어?" 하고 물으니
아들램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 하고,
오빠 말을 들은 딸은 하늘에서 내려온 줄을 잡고 호랑이 떨어졌다는 이야기를 하네요. ^^

속면지에 그려진 이야기 보따리를 들고 다니는 익살스런 호랑이 모습이에요.
우리 그림 '민화'에서 많이 보았던 서민적이고, 무섭기보다는
고양이처럼 친근한 그런 호랑이네요.
어른들이 많이 이야기하던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떠오르네요.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는「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얼개를 따온 이야기책이에요.
수숫대에 엉덩이가 찔려서 비극으로 끝난 호랑이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복한 호랑이 이야기랍니다. ^^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는 엄마와 오누이인데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에서는 할머니와 손주들 주인공이에요.

떡함지를 들고 가는 할머니를 함지째 꿀꺽 잡아먹고, 손주들까지 잡아먹으러 가는 호랑이.
오누이는 할머니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호랑이는 이야기라는 걸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할머니를 토해내 이야기를 하게 하는데
‘이건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야기’라는
할머니만의 추임새를 듣고서야 오누이가 문을 열어준다.

하지만 호랑이에게 속은 걸 안 오빠는 또 꾀를 내어 마지막 소원이라면서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잠잘 때 잡아먹으라며 시간을 번다. ^^
사람 셋을 한꺼번에 잡아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호랑이는
선심쓰듯 소원을 들어준다고 말하고
"이건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르는 이야기야" 하면서
이야기 속에 또 하나의 이야기인「두꺼비 등에 팥고물 뿌린 호랑이」이야기를 들려준다.
「두꺼비 등에 팥고물 뿌린 호랑이」이야기는 두꺼비,토끼,호랑이가
시루에 담긴 떡을 서로 먹겠다고 내기하는 이야기에요.
아마 이야기도 한번쯤 읽어 보았을 거에요. ^^

이야기라는 것을 처음 들어본 호랑이는 점점 할머니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재미있는 이야기가 어디에서 나오는거냐고 묻자 여동생은 비밀이라면서 할머니에겐 이야기보따리가 있다고 한다.
인간에게 속는 어리석은 호랑이가 아님을 자부하던 호랑이는
할머니와 손주들에게 속아 이야기보따리가 있다는 말을 믿고,
할머니가 장롱 속에 숨겨둔 이야기보따리를 송두리째 낚아채 달아나버린다.
겉보기는 무섭지만 순진하고 귀여운 호랑이네요.
그래서 그림도 호랑이를 귀엽고, 친근하게 그린 것 같아요.

이야기보따리를 들고 다니며 아이들과 사람들에게 할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를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똑같이 들려주는 호랑이.
그랬더니 사람들이 호랑이에게 떡을 준다. ㅎㅎ
호랑이는 할머니 이야기보따리를 빼앗아 도망친게 마음에 걸려
할머니 집으로 가 떡을 두고 오려는데...
할머니가 오누이에게 또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는 할머니에게 이야기 보따리가 많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자기가 들고 간 떡보따리를 내려놓고, 다른 보따리를 슬쩍 꺼내간다.

이렇게 매일 밤 호랑이는 할머니 집에 찾아가 이야기보따리를 슬쩍 훔쳐오고,
사람들이 준 떡, 과일 등 먹을 것을 놓고 온다.
호랑이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를 얻어서 좋고,
할머니는 힘들게 떡을 팔러 가지 않아도 좋고...
정말 유쾌하게 마무리되는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이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의 엄마 대신 할머니로 바뀐 이유를 알겠다.
'둘이 듣다가 하나 죽어도 모를 바로 그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구전설화로
우리들은 보통 할머니나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지 않았던가?
호랑이에게 많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선 엄마보다는 할머니가 더 어울리니까. ^^

<이야기보따리를 훔친 호랑이>는 옛이야기「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서 얼개를 따왔으나, 비극으로 끝난 호랑이 이야기가 아니라 세상을 돌아다니면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행복한 호랑이 이야기에요. 이 그림책 속 또 하나의 이야 「두꺼비 등에 팥고물 뿌린 호랑이」는 아무리 들어도 재미있어요. 사나운 호랑이조차 멋진 ‘이야기꾼’으로 거듭나게 할 만큼요. 그것이 바로 ‘이야기’의 힘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