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전쟁
한지원 글.그림 / 한림출판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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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이야기 같은 생생한 대사,
톡톡 튀는 그림의 구두 전쟁


            

 

구 두   전 쟁
글, 그림 : 한지원


"엄마....○○ 사주면 안돼?"
"엄마....○○ 갖고 싶어?"
하루에서 몇 번씩 듣는 아이들의 이 말...

엄마는 "안돼, 다음에, 집에 많이 있잔아~" 라는 말을 반복하고
아이들은 "왜안돼?, 하나만, 친구는 있어~"라는 말을 무한 반복하면서
서로 실갱이하죠.

<구두전쟁>은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모습과 말들을 실감나게 그린 책이에요. ^^


 

 

빨간 구두가 갖고 싶은 아이.
그래서 자동차도, 트럭 위의 이삿짐도, 아기가 타고 있는 유모차도
아이의 눈에는 온통 빨간 구두로 보여요. 
정말 갖고 싶은 아이 마음을 회색빛 세상에 빨간 구두가 가득하게 그림으로 표현했네요.

갖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온통 그것만 눈에 보이는 것은...
어른들도 마찬가지인거 같아요.
온 신경을 그것에만 집중하고 있으니까요. ^^


 

 

구두가 왜 이렇게 많냐면서... 몇 개인지 세어보는 민지양 ^^
12개 있다고 하네요...ㅋㅋㅋ

 

갖고 싶은 그 구두만 있다면 가장 착한 어린이가 될 것이고,
평소 안 먹는다고 골라내던 양파, 당근, 가지도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엄마, 아빠와 협상하려는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엄마…… 나 구두 사 주면 안 돼?”
아이의 선제공격에 엄마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너 운동화도 많잖아.” 로
엄마와 딸의 구두 전쟁은 시작됩니다.

                  

계속해서 엄마를 향해 구두를 사달라고 외치는 딸과
 구두 성에 올라 “안 돼! 안 돼! 안 돼!”라고 하며 딸의 공격을 막는 엄마.
그리고 자신의 수만은 분신들과 함께 사다리를 세우고 엄마에게 돌진하는 딸.

정말 전쟁 때, 성을 지키려는 자와 성을 함락시키려는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르면서 그림을 보는 내내 유쾌하네요. 

 

엄마의 비장의 무기
"그냥 있는 거 신어"라는 화살을 쏩니다. ^^

엄마의 표정에서 한 번 빵 터지고,
'그냥 있는거 신어'라는 말에서 또 한 번 빵 터집니다.
이 말이 낯설지가 않거든요.
뭐 사달라고 할 때마다 매 번 아이에게 제가 했던 말이니까요.

 

실제 전쟁을 방불케 하는 각자 하고 싶은 말을 새긴 화살이 오고 갑니다.

다쳐서 구급차에 실려가는 아이, 팔 다쳐 깁스 하는 아이,
링거 맞는 아이, 대포가 된 세탁기, 방패가 된 커다란 쟁반 등
곳곳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장면이 많이 있어요.

처음 봤을 때는 놓쳤던 그림들인데
두번, 세번 볼수록 숨어 있는 재미있는 장면의 그림들을 하나씩 발견하게 돼요.
그래서 계속 보고 싶고, 페이지를 쉽게 넘길 수 없는 그런 그림책이에요.

 

나만 없다고
내 친구들은 다 있단 말이야
엄마만 안 사줘
나만 없는데
짝꿍도 있는데
엄마는 왜그래
아랫집 엄마도, 옆집 엄마도,
옆에 옆집 엄마도, 옆에 옆에 옆집 엄마도
다 사준단 말이야

정말 아이들이 뭐 사달라고 할 때,
떼 쓸 때... 하는 말들이 화살 속에 가득하네요. ^^

 

그럼 엄마들은 꼭 이렇게 대답하죠.

그냥 있는거 신어
엄마한테 구도 맡겨 놨니?
지금 맨발로 다니니?
있는거 신으라고

 

“딴 엄마들은 다 사 준단 말이야!”
“그렇게 부러우면 그 집 가서 살든가!”
"그럼 네가 돈 벌어서 사렴"

이런 대화 역시 너무나 익숙해서 피식피식 웃음이 나오면서 살짝 부끄러워지는 것은 왜 일까요?
 딸의 입장에서 혹은 엄마의 입장에서 누구나 한 번쯤 외쳐 봤을 법한 대사네요.
분명 이 그림책을 쓴 작가님은 육아맘이 확실할거 같아요.
아니고서야 이런 말들을 어찌.... ㅋㅋㅋ


토라진 딸은 지금 신고 있는 운동화를 자르려고 해요.
혹시 운동화를 신지 못하게 망가뜨리면 엄마가 구두를 사줄지도 모르니까요. ^^ 
하지만  막상 자르려고 하니 그 운동화와의 좋았던 기억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달리기 1등도 해 봤고, 친구들과 줄넘기 놀이도 하기로 했는데
줄넘기는 구두를 신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엄마의 생일이란 걸 뒤늦게 알게 된 아이는 구두 전쟁에서 한발 후퇴하기로 해요.
그리고 아빠가 엄마 생일 선물로 사오신 빨간 구두를 신어보고선 한마디 하죠.

 

"엄마, 나중에 크면 나 줄 거지?"


<구두 전쟁>은 원하는 걸 갖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어요.
엄마와 아이의 일상과 대화가 우리의 모습과 같아 자연스러워 공감이 많이 돼요.
또, 먹색을 바탕으로 강렬한 빨강과 귀여운 노랑이 어우러진 그림은 볼수록 매력적이에요.


 

<구두 전쟁> 맨 뒷 표지에요.
결국, 아이 손을 잡고 구두 가게로 가고 있는 엄마 모습이 보이네요.


 

부모와 아이는 매일 싸운다. 이 싸움에서 승리자는 없다. 물론 패배자도 없다.
아이는 끊임없이 무언가 욕망하고,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결과를 받아들이며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구두 전쟁>은 독특한 구성과 이야기, 톡톡 튀는 그림으로

엄마와 딸의 일상을 발랄하게 담아내고 있는 매력적인 그림책이다.
또,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엄마와 딸의 싸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하고 양보하면 당장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더라도

더 소중한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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