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 클리볼드 지음, 홍한별 옮김 / 반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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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4월 20일, 에릭 해리스와 딜런 클리볼드는 총과 폭탄으로 무장하고 콜럼바인고등학교에 갔다.두 사람은 학생 열두 명과 교사 한 명을 살해하고 스물네 명에게 부상을 입힌 다음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역사상 최악의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이었다.
딜런 클리볼드는 지은이 수 클리볼드의 아들이다."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는 딜런 클리볼드가 태어나서 사건을 벌이기까지의 17년, 또 사건 발생 후 17년, 총 34년간의 일을 정리하고 있다.
사건의 발생 이유, 사건을 벌인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가해자 가족들이 겪은 생각과 감정들이 솔직하게 정리되어 있다.


 


 

"1부 상상도 하지 못한 일"에서는
딜런이 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날부터의 이야기로,
부모가 받은 충격, 공포, 두려움, 수치심 등이 내용으로 믿기지 않은 현실을 받아들이려고 애쓰는 주인공 가족들의 내용이다.
사람들이 가해자 에릭과 딜런에 대해 쉽게 생각하고, 오해하는 내용 중 한가지가
부모가 학대를 해서, 폭력적인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 일을 저질렀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수 클리볼드가 이야기 하는 가족은 사랑이 넘쳤고, 도덕적 가치를 충분히 지도했으며
총기 난사 사건을 벌이기 3일전까지도 가족들과 웃으면서 장난치던 아들이었다고 어떻게 그런 일을 저질렀는지
이해할 수 없고, 믿기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태어나서 자랄때까지의 사랑스럽던 모습의 딜런이 왜 그랬는지 이유를 찾지 못해 답답하고, 딜런이 죽었다는 사실이 꿈만 같고,
순간 순간 내가 그 때 그렇게 행동했어야 하는데...하는 안타까움과 후회가 가득한 현실을 부정하고픈 내용들이 담겨있다.


 


"2부 이해를 향해"에서는
콜럼바인 이후 6개월이 지나서 보안관 사무소에서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콜럼바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후
딜런이 1년 넘게 사건을 계획하는 동안 어떻게 가족들을 철저하게 속였는지, 지은이는 왜 아들의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딜런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2년 넘게 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아들의 아픔을 보지 못했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다.
그러면서 청소년기 자녀들의 우울과 힘겨움, 도움이 필요함을 부모들이 어떤 식으로 알고,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있다,
지은이의 경험을 읽으면서 '나라면?' '나는 이렇게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2부에서 제일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우울증이 청소년기에는 성인과 다르게 나타난다. 어른은 슬프고 기운이 없어 보이는 반면 십대는 방에 틀어박히고 짜증을 잘 내고 자기비판, 좌절, 분노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더 어린아이들의 우울증은 보통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징징거림, 수면장애, 매달리는 성향 등이 중상으로 나타난다.

지은이도 청소년기 우울증이 성인과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고, 아들이 우울증이라는 것을 캐취하고, 아들을 좀 더 세심히 관찰했다면, 캐묻고 다그쳤더라면, 총기난사 사건을, 아들의 자살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딜런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굴욕을 당했다고 해서 딜런이 한 행동에 대한 책임이 덜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딜런이 종일 지내는 장소에 대해 어던 감정을 느꼈는지를 잘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 뼈아프게 후회딘다. 학교의 학업 성취도 대신 학교 분위기와 문화를 아는데 더 많은 시간과 관심을 쏟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우리도 그러지 않나? 아이들이 학교생활 중 받아쓰기는 몇 점 맞았는지, 시험은 잘 봤는지, 수행평가는 잘 했는지... 이런 것에 더 관심을 보이고 신경쓰지 않나?
반성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에 더 신경써야겠다.



 

콜럼바인이나 버지나아테크, 샌디훅 같은 참사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던지는 질문은 "왜?"이다. 지은이는 "어떻게"락 묻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자기 파괴적인 행동에 빠져드는지, 어떻게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치는 길에 접어드는지, 어떻게 해서 뇌에서 자기통제. 자기 보존, 양심 등의 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지 등이 설명되어지기 때문이다.

우울증 등 뇌의 병이 반드시 도덕적 방향타를 망가뜨리지는 않지만, 판단을 흐리게 하고 현실 감각을 왜곡하여 목숨마저 위험하게 할 수 있는 병인 것은 사살이다. 이  병을 연구하고 인식을 높이는 데에. 그리고 가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하게 막는 잘못된 믿음을 없애는 데 관심을 쏟아야 한다. 병에 시달리는 사람을 위하는 것일 뿐 아니라, 우리가 모르면 계속 피해자가 될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서도 그렇게 햐야 한다.



 


 

아직도 유가족들과 대중들은 "제대로 된 부모라면 아들이 무슨 꿍꿈이인지 알았을 것이다. 몰랐다는 건 책임이 있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생각에 대해 딜런이 저지른 범죄의 동력이 무엇이었건 간에 우리 집에서 시작된 것은 아니다. 지은이 부부는 딜런을 충분히 사랑하고, 사랑을 표현했으며, 도덕적 가치나 양심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지도를 하는 등 부모로서 최선을 다해 양육했음에도 딜런은 잔혹한 살인을 저지른 괴물이 되어 버렸다고 자기 변명을 하는 책인거 같다. 말은 거창하게 다른 아이들의 감춰진 고통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폭넓게 조망해 보고자 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같은 엄마의 입장에서 아들이 용서 받지 못할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내 아들이니까.. 사랑하는 내 아들이니까
그 아들을 잃은 슬픔과 비통함, 안타까움, 그리움 등을 생각하면... 마음이 너무 아프다.

인터넷을 통해 콜럼바인 가해자로 찾은 딜런 클리볼드의 이미지와 책 속의 딜런 사진이 오버랩되면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심정을 생각하니 슬프다.
책 읽고, 오늘 하루 종일 우울한 이유가 이것 때문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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