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의 자소서
홍준기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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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시장에서 자기소개서, 일명 자소서의 열풍이 불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더 이상 스펙을 보지 않겠노라고 방송 매체에 발표하고 있다. 대신 이제 기업들은 자소서를 통해 자신들의 회사에 지원하는 사람들의 직무 능력과 업무 태도 및 논리적 사고를 비롯한 품성까지 파악하겠노라고 말한다. 이러한 기업들의 취업을 위한 자격 조건의 변화는 그동안 토익과 토플 점수로 대표되는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의 습득과 함께 각종 자격증으로 이력서를 도배하기 위한 스펙 경쟁에서 취업준비생들을 해방시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취업 준비생들의 고스펙의 상향평준화와 더불어 취업 준비생들을 옥죄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것인가?

 

이러한 자소서는 이제 외고, 예고등의 고등학교 입학에서 부터 시작해서 대학 진학은 물론 취업을 위한 서류 제출에 이르기까지 단순히 명칭 그대로 자기를 소개한다는 목적을 넘어 자신의 과거와 미래는 물론 자신의 능력과 성품까지 모든 것을 담아내는 도구로 자리매김 하게 되었다. 더욱이 이 자소서는 그 자체로 글쓰기를 통해 작성자의 논리적 사고까지 측정하는 전능한 도구가 되어버림으로 요즘처럼 대학에 원서를 내기 위한 시즌과 함께 입사철이 되면 이제 자소서를 쓰는 법을 배우고 지도 받기 위해 위해 많은 이들이 학원으로 혹은 개인 교습소로 향하게 된 것이다.

 

합격의 자소서는 다년간 취업 및 진로 상담을 수행해온 저자가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소서에 관한 모든 것을 매뉴얼화해서 세상에 내놓은 책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자소서는 고등학교 입시에서부터 취업까지 시기별로 다양하게 작성되어야 하는데 이 책은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으로 기업이라는 관문을 통해 사회로 뛰어드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쓰여졌다. 하지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원리는 곧바로 대학 진학 뿐만 아니라 고입을 위한 자소서를 쓰려고 할 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의 독자를 취업 준비생으로 한정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책은 총 3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부록으로 MBTI를 통한 직무 적성 검사를 실었다. 1장에서는 합격으로 이끄는 자소서의 개괄적인 특징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리고 2장에서는 이런 자소서를 제대로 쓰기 위한 구체적 방법들을 7가지의 소제목을 통해 소개하고 있고 그러한 방법들로 씌여져 좋은 결과를 거둔 자소서들을 샘플로 소개하고 있다. 2장에서 다소 거시적으로 자소서 작성 요령을 다루었다면 마지막 3장은 다소 미시적인, 하지만 반드시 집어보고 가야할 부분을 역시 7가지 소주제로해서 다양한 샘플들과 아울러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다시피 지난 6년간 약 1,000명의 취업 준비생의 자소서를 검토하면서 쌓인 실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 책에 다양하게 실린 자소서의 샘플들은 자소서 작성의 이론적인 부분들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어 지는가에 대해 취업 준비생들이 몸으로 쉽게 체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큰 점수를 줄 수 있을 듯 하다. 책의 부피가 그리 크지도 않고 글도 쉽게 읽히는 편이어서 이러한 실무지침서가 주는 따분함을 잘 느끼지 않는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역시나 이 책은 자소서를 쓰는 사람들의 지도일 뿐이다. 그 지도가 목적지까지 자동으로 인도해 주는 리프트는 아닌 것이다. 결국은 이 책에 씌여진 대로 자소서를 쓰기 위해서는 대학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자소서의 내용을 채우기 위한 나만의 시간과 돈과 땀이 동원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책은 취업을 목전에 두고 자소서를 어찌 써야 될지 몰라 애타는 사람들의 갈증을 해소하는 생수 같은 역할도 할 수 있겠지만, 어쩌면 지금 자소서를 써야만 하는 취업 준비생을 위한 책이 아닌 현재 대학에 적을 두고 앞으로 수년 안에 취업을 준비해야 할 수많은 대학생들을 위한 책일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든다. 향후 수년 안에 이 책에 쓰여진 대로 자소서를 작성하기 위해서 현재 자신의 시간과 돈과 땀을 어떻게, 어디로 보다 효율적으로 투자하고 분배할 수 있는 훌륭한 지도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대학 1년생인 아들 녀석에게 이 책을 건네주면 읽기나 하려나. 한창 놀기 바빠 일주일에 한번 얼굴 보기가 힘들어진 녀석에게 앞으로 수년 후에 닥쳐 올 취업의 스트레스가 벌써부터 걱정되는 것은 정글 같은 대한민국 사회에 자녀를 둔 부모에게 괜한 엄살은 아닐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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