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이 세계라면 -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김승섭 지음 / 동아시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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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을 읽었을 때의 먹먹함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한페이지 한페이지 정성껏 읽었다. 

띄워쓰기 없는 마지막 한문장 "계속해보겠습니다" 에서 그만 울컥할 뻔했다. 항상 응원해야 할 사람이 한명 늘었다.


 한국사회의 고유한 문제를 한국어로 고민하고 쓰는 연구자들이 오늘날 대학에서는 가장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어려움은 특히 한국사회의 사회적 약자에 관해 연구하는 경우 더욱 도드라집니다. 


박사과정 학생때, 학위를 받고 나면 어떤 주제를 연구할지 미국인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친구는 HIV 감염을 다루는 전문가가 되겠다고, 또 다른 친구는 인종차별과 건강에 대해 계속 연구해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제 차례가 되었을 때, 한참을 머뭇거렸습니다. 제게 그 질문은 당신은 어떤 연구자가 되고 싶은가? 라고 묻는 것처럼 들렸습니다. 망설임 끝에 "한국에서 사회적 약자의 건강을 연구하는 사람의 수는 적고, 필요한 연구는 너무나 많다. 이곳에서 배운 방법론으로 한국사회의 절박하고 중요한 문제를 연구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에서 일하며, 어떤 연구를 어떻게 할지 매 순간 선택해야 했습니다. 연구주제를 정하고 논문을 쓰고 그 지식을 공유하는 과정에서 무엇이 가장 나은 선택인지 판단하는 일이 제게는 항상 어렵습니다. 단기적인 성과만을 주목하는 오늘날 대학에서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는 사회적 약자의 몸과 질병에 대한 연구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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