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따르는 방황의 시작> 만 이십세가 되던 1989년 부터 진정한 악연이 시작되었다.  황무지에서 만들어가던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조각상에 이질적인 요소를 허락하여, 인생의 방향을 틀어버리는 것을 허용한 해이다.  '네가 만들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니야, 나를 따라해봐' 부드럽게 속삭이는 소리에 귀를 귀울여 만들어가던 나의 조상으로 부터 얼굴을 돌리고 살아왔다.   

고기덩어리의 분리> 만 삼십세는 또다른 인간적인 시도의 결과물을 탄생시키고 돌봄으로 시작되었다.  흔히들 분신이라 일컫는 고기덩어리의 분화.  아홉달간 나의 피와 살을 나눠주어 떨어뜨려낸 고기덩어리를 바라보며 ' 네가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는 나를 잊고 너를 돌봐주리라' 다짐에 다짐을 거듭했다.  그로부터 십년간 갈림길에서서 내린 모든 결정은 아이를 업고 갈수 있는 길을 따라서.. 

버려진 나에게로> 만 사십세는 가장 아프게 시작되었다.  20년전 황무지에 두고온 나 자신에게로 돌아가 일그러져 버린 내모습을 흐느끼며, 화를 내며 욕하며 바라보며 시작되었다.  내가 만들고자 하는 것이 사람의 모습이었던가? 그저 만족스러운 완성된 형상을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형태를 원했던 것인데.., 지난 20년의 길을 지나오며 만났던 이들은 진정 사람의 모습이었던가? 그저 고깃덩어리에 입하나, 눈하나, 손발하나만 달아놓은 불완전한 형상들로 기억될 뿐.  고기덩어리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황무지로 되돌아간다.  감정적인 발작들은 정리하여 상자에 담아두고 나의 형체를 다듬기 위한 연장을 되꺼낸다.   

남은 20년간> 20년의 여정이 순간 오프상태로 전이될 수 있겠지만, 물리적인 시간이 허락되는 한 20년간의 섞여살아옴으로 인해 뭍은 살덩어리들은 20년간 깍아내어 보련다.  나의 좁은 시야로 보이는 공간을 세계한 한정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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