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나니 유치원 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됩니다. 이제 서서히 독립된 인격체로 자립할 수 있는 기초를 다져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서서히 떠나보냄 연습) 괜히 마음이 조급해지고 고민이 많은 날들이에요. 이런 와중에 이 책을 접하고 우리 아이가 학교에서 어떻게 지내고 친구를 어떻게 사귀고 있나 관심을 더 갖게 됩니다. <양파의 왕따일기>는. 사춘기에 막 접어든 4학년 아이들, 특히 여자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감정과 사건들을 사실적으로 잘 보여준 책입니다. 너무도 표현이 섬세하고 실감나서 제가 마치 25년 전으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저의 4학년 때도 정화와 비슷한 점이 많았거든요.그 때 처음으로 소위 '소중한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고 나의 처지를 다른 애들과 비교하기 시작했죠. 마음속으로 동경하는 친구와 친해지고 싶어 했고, 마음이 맞는 아이들과 비밀스레 어울림을 즐겼으며 그것을 아주 중요한 듯 여겼어요. 또 새싹만큼 이성에도 눈을 뜨기 시작했지요. 가슴 아프게도 그 때도 정도는 다르지만 ‘왕따’와 비슷한 것도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가정환경 조사를 하면 부모의 학력, 직업, 경제적인 여유 정도가 다 드러났는데 많은 아이들이 자신의 환경을 부끄럽게 생각해서 숨기고 싶어했어요. 그 때 선생님이나 누군가가 우리들에게 화이트칼라가 아닌 우리들의 부모들이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고, 얼마나 자랑스러우며 우리의 환경이 있는 그대로 얼마나 소중한지 바르게 설명해 주었다면 우리들이 지금보다 더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이것은 우리가 해야 할 몫이 되었네요..)이오덕 님의 책 <꿩>에도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남자 아이 ‘용이’가 등장합니다. 하지만 용이는 정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해결책을 찾아요. 오랫동안 문제를 알고도 망설이기만 했던 정화(나중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지만)에게 용이의 용기를 조금 떼어주고 싶어요. 그러면 혹 정선이가 전학을 가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아이들 책은 그림책이건 창작동화이건 환타지이건 간에 권장연령이 따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화를 읽으면 어른들도 감동을 받게 되고 아이들의 세계를 더 잘 이해하게 되지요. 어른들도 함께 읽어서 아이들에게 더 올바른 길을 안내해주고 아이와 공감하며 함께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소중한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하나도 소외되지 않고 당당히 주인공으로 살아가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