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reamofsea99 > 빨간 통 속에 들어 있는 건 뭘까?
뭐가 들었지? 비룡소 아기 그림책 4
박은영 글, 그림 / 비룡소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띵동

누구세요?

, 택배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그림책이 왔다. 아이가 어려서 큰 서점 나들이가 쉽지 않은 엄마 입장에서는 인터넷 서점처럼 고마운 것도 없다. 베스트 셀러 그림책을 검색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미리 보기 기능으로 내용도 볼 수 있다. 책을 직접 보고 사기 위해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요새는 많은 엄마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전문 서적 사이트나 대형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서 아이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인터넷 서점의 최대 장점이라고 하면 책을 쉽게 골라서 주문하여 받아 볼 수 있다는 점. 가격도 직접 나가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인터넷 서점이 이런 편리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주문할 가능성도 많다. 직접 보지 않고 주문을 하니 아이에게 외면 당하기도 쉬운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주문해 받아 보고는 아이가 보지 않을 경우 그 실망감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필요 없는 책을 산 경제적 손실까지 친다면 발 품을 팔며 직접 골라 사 주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책값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럴 때 주문한 책을 아이가 좋아하면 엄마는 기쁘다. 오늘 도착한 몇 권의 책 중 만 14개월의 우리 아이가 열광하며 좋아한 책이 몇 권 있다. 이 책들은 모두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기존에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쓴 작가들 작품이다.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인 비룡소의 아기 그림책 <뭐가 들었지?>는 <기차 ㄱㄴㄷ>으로 유명한 박은영 님이 쓰고 그린 것이다. 이 분은 해외 유명 그림책 페스티벌에서 여러 번 상을 탈 정도의 실력파 그림책 작가다. 특히 <기차 ㄱㄴㄷ>은 어린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질 정도로 아주 유명하다.

 

이렇게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기차 ㄱㄴㄷ>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약간 흐릿하고 추상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일까? 워낙 좋다는 입 소문에 인터넷으로 구입해 보고는 실망하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다른 친구에게 넘기고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새로 구입한 것이 바로 <뭐가 들었지?>다.

 

<뭐가 들었지?>의 책 표지를 펼치면 커다랗고 빨간 통이 나온다. 화자는 이 통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뚜껑이 조금 열렸을 때 얼른 엿보자 얼룩얼룩 줄무늬가 보인다. 화자는 줄무늬만 보고 얼룩말이 아닐까? 상상을 한다. 다음 장에는 진짜 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얼룩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다음에는 통 밖으로 삐쭉 내민 날카로운 발톱이 보인다. 날카로운 발톱을 본 서술자는 사자일까? 추측하고 책장을 넘긴다. 그러면 진짜로 사자가 날카로운 발톱을 내민 채 통 속에 앉아 있는 그림이 있다. 통 밖으로 나온 커다란 눈 때문에 부엉부엉, 부엉이일까? 상상해 보지만 맨 마지막에 통에서 뛰어 나오는 것은 바로 커다란 고양이다.

 

빨간 색 통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상상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바로 우리 아이 마음 속의 목소리와 같을 것이다. 이맘때 아이들은 뚜껑이 덮인 통을 보면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한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열어 보기도 하고 그 안에 담긴 것을 온통 꺼내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통 속에 담긴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한 아이들처럼 책의 화자는 빨간 통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다. 아이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서술자가 말하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간다. 이 통 안에는 사자가 있을까, 얼룩말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부엉이가 있는 걸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그림은 어른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참 이상하다. 부엉이도 전혀 부엉이 같지 않고 고양이도 반추상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엉성하기 짝이 없다. 세밀화라고 하여 실제 동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에 익숙한 아이라면 이런 추상적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의외로 아이들은 어른 눈으로 보기에 엉뚱한 그림도 잘 받아들인다.

 

이 책을 쓴 박은영 작가의 그림책들은 현재 외국어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 아직도 좋은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들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런 소식은 기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이런 그림책이 많이 나온다면 우리 나라도 금방 일본을 따라잡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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