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생활소품
북유럽 생활소품점 지음, 노인향 옮김, 이은화 감수 / 미호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지인이 불쑥 책 선물을 보내왔다.

늘상 그림 한 점 없이 글만 빽빽한 책만 그득한 책장에 작고 아기자기하고 컬러풀한 책 하나가 떡허니 자리잡으니 이거 참.... 아들만 드글드글하는 집에 뉘집 고운 딸 하나 놀러와 다소곳하게 앉은 느낌이다. 기실 이 책은 눈이 호강하는 사진집이다.  본능적으로 글자부터 찾아 읽는 내게는 의외로 쉽게 후욱~ 읽혀버렸다. 음... 그러니까 읽을 내용은 많지 않다는 말이다. 그 내용이란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어찌하다 북유럽 문화에 빠져들었고 물품을 바잉하기 위해 스웨덴과 핀란드를 들락이며 그네들의 생활모습과 환경들을 곁눈질 하며 혹은 함께 하며 쓴 소감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인 사토 토모코는 5년쯤 전 남편의 전시회를 따라 우연히 스웨덴에 간다. 그것도 2월에! 와~~ 정말 추울텐데.... 그런데 정작 그 얼어 죽을듯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의 삶 속에 넘치는 온기와 평안을 찾아내고는 그것이 자신이 늘 꿈꾸기만 했던 삶의 모습임을 알았다. 진짜 이렇게 살 수 있구나. 이렇게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 그래서 그녀는 무작정 북유럽과 관련된 사업을 하기로 결심했고 사업 아이템 발굴차 떠난 여행에서 뜻하지 않게 쇼핑만 잔뜩 해버렸다. 평소에 좋아하던 앤틱 쇼핑을... (아~ 이런 경험. 생생하다!) 그리고는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찾았다며 스칸디나비안 앤틱 숍을 연다. 이 책은 이제 온라인에서 벗어나 어엿한 오프라인 매장까지 가지게 된 그녀의 가게 '북유럽 생활소품점'의 카탈로그이자 역사인 셈이다.

 

책장 마다 오밀조밀하게 실린 예쁜 그릇들 소품들 패브릭들은 모두 그녀의 손 끝을 스쳐간 자식들인양 공들여 설명달고 공들여 사진찍은 태가 역력하다. 일본인 특유의 꼼꼼한 기록문화를 보는 듯 하여 조금 긴장되기도 한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 이거 예전에 우리 할머니가 쓰던 그릇 아닌가? 할만큼 스칸디나비안 앤틱은 우리에게 친숙한 느낌을 준다. 화려한 플라워 패턴부터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무늬까지.매트하고 단순한 형태부터 아기자기한 장식까지. 가장 자연스럽고 가장 편안한 색과 패턴과 형태의 조합이 이렇게 다양한 바리에이션을 가진 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이 동네 사람들의 온화한 심성을 엿보는 것 같아 포근하고 따뜻해진다. 실제로 북유럽의 가구와 소품, 식기류의 디자인이 오래전부터 각광받은 이유는 혹독한 날씨와 기후 탓에 실내생활과 친족 문화가 발달했기 때문이라는게 정설이니 그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의 단점을 새로운 장점으로 승화시킨 대단한 디자이너들의 후예인 것이다.

 

이 책을 넘기다 보면 언젠가 한번 본 듯한 혹은 수십년전 친정집이 이사할 때 이런 구닥다리 버리라고 친정엄마를 재촉했던 그런 그릇들이 흘끔 흘끔 얼굴을 내미는데 아~~ 이런 내가 명품을 못 알아 본거야? 싶은 자괴감에 빠질 수도 있다. (다행히 엄마 왈. 야~ 그거 남대문시장서 싸게 산거야! 그러셔서 죄책감에서 벗어남 ㅜㅜ) 또한 우리 집에도 똑같은 그릇 있는데 왜 내 그릇은 요래 요래 예쁘게 보이지 않을까 하며 갑자기 요리실력 탓, 카메라 탓을 하게 되기도 한다. 카모메 식당의 장면 장면이 떠오르며 청소조차 하기 귀찮은 내 집 구석이 초라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눈이 보배라 했다. 보고 또 보고 보다보면 언젠가는 내 주변도 그렇게 닮아가리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열심히 뒤적 뒤적.

 

이 책에 대해 우리집 남정네가 얹는 한마디. 카탈로그도 돈 주고 사냐? ... 카탈로그를 돈 주고 산 적은 없지만 너무나 예쁜 카탈로그는 이십년 넘게 끼고 살기도 한다. 1990년 로열 코펜하겐 본사에 출장갔다가 우연히 선물받은 플로라 다니카 카탈로그. 그 당시로 타임슬립해서 만일 돈을 주고 사야 할 상황이 되더라도... 나는 샀을 것이다. 그러니 무려 580점의 소품들이 실린 이 책. 그림책이라고 무시하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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