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첫 상실의 대상은 곰인형이었다. 탄생 선물로 외할머니 친구분이 만들어주신 테디베어유모차 함께 타고 에버랜드도 같이 가던 곰인형은어느날 저녁 산책에서 돌아오는 길에 사라졌다. 아이는 세살이었고 그 날 서럽게 울었다일곱살. 어린 나이에 사랑하는 할아버지를 잃었다. 그 해에 친구가 익사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같은 반 친구들이 비보를 접하고도 어리둥절할 때에아이는 혼자서 한나절을 울었단다. 열두살이 되던 해에 사랑하는 고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하교길에 소식을 듣고 동물병원으로 달려온 아이는잠자는 듯 누워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끝없이 울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겪은 너무 많은 상실로 가슴아팠던 아이. 이젠 훌쩍 자란 키 만큼이나 마음도 자랐겠지만아픈 기억들이 저 아이의 마음속에 어떻게 남아 있을지종종 궁금하기도. 걱정되기도 한다. 이제 집으로 가자이 책의 푸르고 깊은 톤에선 어린이 책에 어울리지 않는슬픔의 기억들이 묻어난다. 아이들에게 밝고 환한 세상만 보여주고 싶은게 어른 마음이지만아이들이 사는 세상이 곧 어른들의 세상이 아니던가?어쩌면 아이들에게 밝고 예쁜 이야기만 들려주려는 생각은거꾸로 아이들이 맞닥뜨리는 슬픔과 외로움을애써 외면하고만 싶은 어른들의 욕심일 것이다. 너구리 마법사 로코는 오랜 친구인 보보를 잃은 후마법의 힘을 잃어버리고 즐거웠던 기억 마저 잊었지만슬픔이 그 모든 것을 덮어 버렸을 뿐소중한 것들은 나를 떠나지 않고 언제나 나와 함께. 내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아름다운 추억들이 별이 되어 떠오르고푸른 밤하늘에 총총한 별빛 아래마음속에 보보를 품고 집으로 돌아가는 로코여전히 헤어짐의 상처를 흉터로 지니고 있는 우리 아들로코처럼. 마음의 빛을 찾고 찬란하게 기억하길 바란다. 이 책을 '유아'로 분류해놓은 것은그저 이야기의 구조와 그림의 섬세함 때문이겠지만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느껴지는 따뜻함은상실감에 슬퍼하는 모든 이들의 머리맡에슬쩍 밀어놓아주고 싶은 속깊은 토닥임이다. 상처투성이 내 안의 아이에게 보내는어른으로 자라난 나의 위로이다. 특히 반려동물과의 이별을 겪은 이후차마 다시 그 아픔을 직면하기 어려워 다시는 동물을 들이지 않겠노라 마음을 닫은 이들이충분히 슬퍼하고 다시 새롭게 사랑을 기억하는. 그래서 내 안에서 떠나지 않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는소중한 인연에 감사하게 되기를 바란다. 슬픔에 그의 영혼을 상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