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공간.
 

어릴 땐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좋았다. 사람들은 내가 꽤 말을 재밌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고 나 역시 내가 좀 유쾌한 사람같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면서 더 즐거운 사람이 되었으면 좋았을 걸. 아쉽게도 지금 나는 좀 지루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러다보니 나보단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게 더 편해졌다. 어쩌면 예전에 내가 재밌다는 생각도 그저 내가 느끼고 내가 경험하는 것들에 지나치게 빠져있던 시절의 착각이 아니었나 싶다. 그래서 요즘엔 책을 읽는다.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사람들과는 잘 안만나다보니 좋은 이야기 들려주는 건 새로 산 책들 뿐이다. 독서삼여라고 했나? 겨울/밤/비. 마침 아주 좋은 날에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다 읽었다.


요즘에는 누군가의 고민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버리지 않나 싶다. 물론 네 고민이 가볍다는건 아니지만, 다들 힘들지. 안 힘든 사람이 어딨니. 라는 식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그렇지만 털어놓는 사람이라고 모르는 바 아니다. 알지, 나도 아는데. 맞지. 다들 힘들지. 이런 식으로. 그래서 조금은 무섭다. 너만 힘든 거 아니야, 라고 말해버리면 하고싶었던 말도 안하게 돼버리니까. 


나미야 잡화점은 그래서 좋았다. 빈 종이 하나도 누군가의 고민이 적힌 편지로 생각하고, 질문을 던진 사람조차 생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그 고민의 무게만큼 깊게 생각해주고.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하찮게 취급하지 않는다면 누군가 내게 들려주는 고민이 가벼워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이야기를 들어야겠구나, 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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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