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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과 아메리칸 커피
심미혜 지음 / 솔출판사 / 2001년 8월
평점 :
절판
미국과 '아메리칸 커피'는 도대체 무슨 상관관계란 말인가. 문득 집어든 이 책의 제목을 보며 든 의문이었다. 대학교라는 곳을 처음 들어가서 학교보다는 외국인들과 영어하면서 돌아다니는 것에 더 관심이 많았던 나는 가끔 커피숍에 들러서 '아메리칸 커피'를 마시기는 했지만, 내가 같이 다녔던 외국인 친구들은 사실 우리 나리의 커피문화를 잘 이해 못하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 눈에 몇 군데씩 보이는 커피숍과 밥값보다도 비싼 커피값. 뭐 그런 아이러니를 지적하려고 하는 것일까?
현재 인디애나 대학에 교수로 재직중인 저자는 미국 교육 현장에 대한 지식은 하나도 없이, 미국의 교육 이론을 수입, 모방에만 급급한 우리의 교육 현실을 '아메리칸 커피'를 마시는 꼴이라고 비유했다.
'한국에 잠시 들렀을 때의 일이다. 한 커피숍에서 차림표에 적힌 '아메리칸 커피'를 시켰다. 블랙으로 주기에 크림을 좀 달라고 했더니, 종업원은 아메리칸 커피는 원래 블랙으로 마시는 거라며 면박만 주었다. 기가 막혔다. 미국에서 커피 마시는 방법은 한마디로 말해 '자기 맘대로'이기 때문이다. 그날 지은이가 마신 '아메리칸 커피'처럼 대한민국 교육은 전 국민에게 수십 년 동안 톡톡히 '쓴맛'을 보여주었다. 일례로 한동안 우리 교육계를 주름잡던 '수행 평가'가 대표적인 '아메리칸 커피'식 교육이다. 미국에서는 수행 평가를 쓰면서도 기존의 선다형 평가를 무시하지 않으며, 막 바로 교육 현장에 들이미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시험과 평가를 거쳐 실행에 옮겼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특유의 획일화 바람을 타고 일률적이고도 빠르게 교육계를 지배했다.'
저자가 꼽고 있는 우리나라의 교육문제는 우선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교육부, 교육관련 연구원 사람들과 현장경험 하나 없는 학자들에 의해 교육정책이 조령모개식으로 입안, 결정된다는 것이다. 또 창의성 없는 교사 등이다.
또 미국의 경우는 '법, 규칙은 소중하고 존중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어릴 때부터 학교 교육을 통해 거듭 교육받고, 헌법을 가르치는 데도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까지 미국 헌법의 기본적인 틀과 내용을 거듭 강조시킨다. 그러나 이 때에는 각 연령에 맞는 언어 수준으로 미국의 수정 헌법이 나오게 된데 대한 합리적인 근거까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하며 이해시킨다.
그러나 우리는 헌법이 '몇 번씩이나 고쳐졌는지'를 아이들에게 개정에 대해 아이들이 납득할 만한 합리적 이유 없이 외우게 한다. 이유도 주어질 수가 없는 불행한 정치사이고 보면 아이들이 그러한 횟수를 들으며, 외우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법, 규칙은 자주 고쳐지는 것,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것, 따라서 존중할 필요도 없는 것, 시나브로 그런 생각을 하며 자라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도 생긴다.
결국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 저자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대학교육의 강조이다.이 부분은 이미 많은 논쟁이 있어왔던 부분인데, 한국 교육의 논의의 초점이 이제는 '대입'이 아닌 '대학교육' 그 자체로 옮겨가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는데 이는 한 국가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것 중의 큰 부분이 대학교육이기 때문이며 이미 선진국에서 보더라도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리고 실제로 미국에서는 '교육학'부분만 보더라도 교육학을 하는 대학교육이 현장의 초, 중, 고등학교와 연계한 수업연구를 많이 한다. 그리하여 대학의 교수들이 각 학교의 교사가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수업 활동 자료 등을 연구하고 교수방법 모델도 많이 제시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다 더 심화되고 정비된 대학교육이 하루 빨리 이루어져야 하며, 한국은 '조령모개'식의 교육 정책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또 학원이 아닌 학교의 교사로부터 '지식'만이 아닌 '가치' 교육, 인성교육까지 함께 받을 수 있는 참된 교육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