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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감촉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26년 6월
평점 :
느린 소설
나는 계속 이런 소설을 기다렸던 것 같다.
남들보다 빠르고 핫해야 하는 요즘
우리에게 필요한 속도.
「시간의 감촉」은 할머니의 걸음처럼 느리게 읽고
들숨과 날숨을 감각하며 시간을 사색하게 했다.
20대, 30대, 40대... 나는 요즘 특정 시절에만 겪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걸 체감한다. 유년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노년 시절은 나이 들지 않으면 겪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나이듦이 괜히 신비롭고 탐난다. 산 날보다 살 날이 점점 줄어드는 감각, 부모가 돌아가시고 내 죽음의 순번을 기다리는 감각, 형제자매가 모두 죽고 나만 남은 고독, 내 엄마는 보지 못할 늙은 내 모습. 노인이 되어 알게 되는 감각이자 그만큼 살았어도 처음 겪는 감각일 것이다.
나로선 짐작만이 가능한 시간의 감촉을
은희경 작가님께서 살아오신 감각으로 소설에 녹여주셨다.
결혼, 출산, 질병, 누구나 겪는 일도 내게 일어나면 처음이다. 그런 사건들을 대하는 작가님의 문체는 지긋하고 담담하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지도 않고 지나치게 연민하거나 원통해하지 않는다. 찰랑이는 냇줄기가 큰 바다에 이른 것처럼 조용히 흐르고 있다.
작가의 말에
"한 사람의 몸에 담긴 시간과 공간과 사회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미처 다 쓰지 못한 보다 더 육체적인 몸에 대해서는 다음에 쓰게 되기를 바란다."
라고 해주셨는데 정말로 기대된다. 그때는 내가 더 늙어있겠지. 더 많이 공감하겠지.
(문학동네 서평단으로 기쁜 마음으로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