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12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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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래곤Dragon이야! 정말 화이트 드래곤이야! 우아, 멋있어!']하고 시작되는 드래곤 라자의 제1권을 집어든지 몇 개월이 지나서야 [나는 고개 돌려 타이번의 주름진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그의 어깨 너머로, 석양을 향해 날아가는 드래곤을 보았다.]하고 끝을 맺는 제12권을 이제 막 덮었다. 그렇게 잠깐씩 짜투리 잠을 자듯 오랫동안 드래곤 라자 꿈을 꾸었다. 그리고 이제 끝없이 이어질 것 같았던 조각 꿈에서 깨어났다. 단 12일만에 해치울 수도 있었으련만 순전히 나의 대책없는 게으름 때문이었다. 처음에 드래곤 라자가 하이텔에 6개월간 연재되었었다고 하던데, 거의 그 정도의 기간 동안 연재물을 보듯 감질나게 읽어나갔던 것 같다. 게다가 조금은 오래된 이 판타지 소설을 이제서야 언급한다는 것이 다소 뒷북스러운 일일련지도 모르겠다.

그런데...정말 희한한 것은 그렇게 띄엄띄엄 읽어도 책을 집어드는 순간 다시 후치 네드발과 그 일행의 로드 무비가 눈 앞에 너무나도 선명하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아마 이것이 드래곤과도 바꿀 수 없는(Hi) 작가의 재능이 아닌가 싶다. 책을 보았지만 마치 영상물을 본 듯한 잔영들이 남아있게 하는 것이... 사실 처음에 읽기 시작했을 때는 피씨통신 특유의 가벼운 어투가 거슬리기도 했다. 하지만 12권까지 팽팽하게 이어지는 재미와 뜻밖의 전개에 맞닥뜨리는 즐거움을 시종일관 갖을 수 있다. 동시에 그 안에서 인간과 세계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으며, 가끔 그것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표현한 문장에 사뭇 감동하게 되기도 한다.

책을 읽는 동안 어느덧 마음 속의 우상쯤으로 자리하게 되는 대마법사 핸드레이크가 결국 초라한 모습으로 드러나게 되는 것이 섭섭하기도 하고...마지막에서 약간 '후치 만세!'와 같은 분위기로 끝을 맺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어쨌든 드래곤 라자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판타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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