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무엇이 - 이외수 연애시첩
이외수 지음 / 김영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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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의 해가 서쪽 산에 걸려 있던  11월의 어느 날,

김영사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이외수 선생님의 신간, ‘더 이상 무엇이’ 출간을 앞두고 이벤트가 있었다. 신간은 감성 가득한 이외수 선생님의 연애 시첩이었고, 이벤트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적은 자신의 메세지를 책 출간과 함께 ‘더 이상 무엇이’ 샘플 북에 실어 원하는 서점에 비치해 주는 것이었다.

그 순간, 내 과거의 어느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어 절정을 이루던 8 월 초 어느 날,

뜨거운 태양 아래 그 무더웠던 날.

엔틱한 분위기의 카페에서 그녀를 소개해 줄 친구와 함께 먼저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

창문 밖에서는 한 여름 뜨거운 태양이 이제 서쪽 산으로 넘어가려 준비하던 시간. 내가 앉은 자리에서 카페 출입문 유리창으로 길 건너 횡단보도에 기다란 머리에 연분홍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한 여자가 서 있었다. 수수했다. 하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출입문 유리창에 비친 햇살 사이로 어렴풋이 보이는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가 없었다. 어쩌면 내가 만날 사람이 지금 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그 사람이라면, 하는 일말의 기대가 차 있던 것 같다.

그리고 잠시, 시선은 다시 나와 함께 온 친구를 향했다. 하지만 이내 내 시선은 출입문 넘어 횡단보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사이 그녀는 없었다. 그렇게 잠시 아쉬움은 내 마음을 채웠다. 참 떨쳐 버리기 힘든 그 아쉬움이란. 그냥 횡단보도에 신호를 기다리며 서 있는 한 사람일 뿐인데..

이제 그 아쉬움을 내가 만나게 될 사람에 대한 기대감으로 바꾸려는 순간, 아직 아쉬움이 햇살의 고리에 걸려 있는 카페 출입문이 열렸다. 그 순간 친구의 눈도, 나의 눈도 모두 그 출입문을 향했다. 긴 머리의 한 여자가 문을 열고 들어 왔다. 그녀는 연분홍색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수수한 모습의 그녀. 유리창에 비친 햇살 사이로 보였던 그녀가 나를 향해 걸어 와 내 앞에 앉았다.


2003년 8월 6일. 그녀를 처음 만난 날이다.

그리고 

2017년 지금, 그녀는 나의 13살, 10살 두 아들의 엄마가 되었다.


나는 이외수 선생님의 연애 시첩, ‘더 이상 무엇이’ 출간 이벤트에 이렇게 적었다.


‘사랑하는 병옥에게,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어 감사해요. 사랑해요. 영철이가.

 

이벤트는 당첨되었다.

2017년 1월 1일, 새해 첫 날.

교보 문고 대전점으로 향했다. 이외수 선생님의 연애 시첩 ‘더 이상 무엇이’는 시집 코너의 잘 보이는 중앙에 놓여 있었다. 샘플 북 뒤로 비닐에 싸여있는 감성을 가득 담은 작고 아담한 연애 시첩이 놓여 있었다.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샘플 북을 넘겼다. 3 명의 독자가 남긴 메시지가 샘플 북에 실려 있었다. 물론 내가 올렸던 메시지도 예쁜 손 글씨로 쓰여 있었다.

    

한참을 쳐다 봤다. 책을 사러 온 사람들이 내 앞으로, 내 옆으로 계속 지나갔다. 순간 몰래 보고 싶었다. 이 설레임을 그 공간에서라도 나 혼자 느끼고 싶었다. 그런 나를 누가 바라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내 마음 한 쪽에서 일고 있었다. 꼭 누군가에게 내 마음을 들킬 것 같았다.

새 책에도 담겨 있을 이외수 선생님의 감성 시들을 샘플 북을 통해 한참 동안 읽었다.


다시 한번 그녀를 처음 만나던 그 날이 내 가슴 속 생각의 도화지 위에 그려졌다. 

연애 시첩은 그랬다. 언젠가부터 잃어버린 듯 내 마음 속 어딘가에 꼭꼭 숨어 있던 그 아름다운 기억을 꺼내 주었다. 그리고 그 아름다운 기억을 내 마음 속 가득 채워 주었다.

누구나 한 번쯤 가졌었던, 하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잊은 듯 감춰져 있던 그 아름다운 기억을 이외수 선생님의 ‘더 이상 무엇이’ 연애 시첩이 꺼내 주기에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샘플 북을 손에서 내려 놓고 비닐에 곱게 싸여 있는 연애 시첩 두 권을 구입했다. 

홀로 차를 운전하여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 아직도 내 마음을 적신 설레임은 마르지 않고 있었다.

집에 돌아 와,

틈틈히 연애 시첩을 넘긴다.


처음 연애 시첩을 만났을 때는 연인 간의 사랑만이 떠 올랐다.

하지만 계속 볼 수록 시집에는 그 이상의 따뜻한 사랑이 느껴졌다.


자식에 대한 부모의 사랑,

친구 사이의 우정에 대한 사랑.

 

갓 태어난 아이에게, 사랑으로 다가 온 연인에게, 그리고 오랜 시간 믿음과 우정을 쌓은 친구에게..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던 그 때 우리는 무엇을 바랬던가?

거창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그 사랑. 더 이상 무엇이 필요했으랴..

 더 이상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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