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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헤르만 헤세 지음, 김윤미 옮김 / 북하우스 / 2022년 2월
평점 :

헤르만 헤세(1877-1962) 하면 젤 먼저 떠오르는 책이 하나 있다.
그의 자전적 소설 '수레바퀴 아래서'
헤세의 방황과 탈선, 절망하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가늠할 수 없던 그의 열정과 의지.. 그리고 자유에 대한 갈망.
소설가 이자 시인이며, 화가이기도 했던 그는 음악 예술에 대한 애정도 특별히 깊었던 것 같다.
그의 문학 세계에는 '악보 없는 음악'이라 불릴 정도로 깊게 음악의 정신이 흐르고 있다.
『 헤르만 헤세, 음악 위에 쓰다 』는 이러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그의 음악체험, 작곡가와 연주자에게 쓴 편지, 소설, 일기, 서평, 시까지
일평생 음악 같은 그의 아름다운 사색들로 가득 차 있다.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꼭 연주회에 가야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한 번의 피아노 소리면, 고마운 휘파람이나 흥얼거림이면
족하다. 아니면 잊을 수 없는 몇 마디를 소리 없이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 우리가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이젠 알 수도 없는 그것들이
울려와 환히 빛나며 우리를 흔들어 깨우고
우리의 고통스러운 상처 위에 사랑의 약손을 얹어주는가 ···
아, 우리 삶에 음악이 없다면!
3성부 음악
밤에, 한목소리가 노래한다.
밤에, 그 목소리가 두려워하는 밤에
노래한다. 두려움과 용기를.
노래로 밤을 길들인다.
노래하면 다 괜찮아.
두 번째 목소리가 노래를 시작해
다른 목소리와 발맞추어 걷고
다른 목소리에 응답하고 웃는다.
둘이서 밤에 노래하면
기쁨이 솟아나니까.
세 번째 목소리 들어와
조화로이 춤추고 걷는다.
밤에 함께. 셋은
별빛이 되고
마법이 되고.
서로를 잡는다. 서로를 놓는다.
서로를 피한다. 서로를 붙든다.
밤에 노래하면
사랑을 깨우고 기쁨을 주니까.
별이 총총 뜬 밤하늘 마법으로 열어내면
그 하늘은 또 하나의 하늘을 품고 있으니
서로 보이고 서로 숨고
서로 보듬고 서로 놀리고···
세상은 밤이고 두려움이니
너 없다면, 나 없다면, 너 없다면.
모차르트를 좋아하는 애호가는 많지만 헤세만큼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누가 쇼팽을 이토록 내밀하고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순수하고 아름다운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축복이리라.
헤세에게 음악은 찬란하게 펼쳐진 그림이고 영롱한 소리로 쓴 문학이었다.
민은기 -서울대 음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