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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거라 청목 스테디북스 52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종건 옮김 / 청목(청목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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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역과 누락된 단락들의 향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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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배부른 식당
김형민 지음 / 키와채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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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랐는데, [AM7]에서 연재되었던 글모음집이다. [AM7]때 부터 그의 에세이를 읽었던 친구의 집에 있길래 읽게 되었다.

처음, '냉면 속 고향'이랄지, '추억을 구워드립니다' 등의 글제목들을 보면서 다소 간지러웠다. '가난' 과 '과거'를 컨셉포장한 책이야 팬시 테마 레스토랑이 라이프스타일의 퀄리티와 동일시되는 '웰빙 시대'가 아니더라도 늘 있어왔던 상술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소박한 손맛을 강조하다가 전통과 장인정신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겠지, 하며 읽어 나가면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일단 감탄한 것이 저자가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풀어 내려가는 솜씨였다.

여기 소개된 맛집들의 음식처럼 담백하고 맛깔스러우면서도
단순히 맛집을 소개하거나 구태의연한 미덕을 강조하는 것을 넘어 이 나라 소시민들의 삶과 정치와 문화 뒤켠에 남아있는 아름다운 것들과 아름답지 못한 것을 날카로우면서도 따뜻하게 골라내는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다(알고 보니 PD 이전에 여러 권의 에세이를 출판한 '작가'였다).

방위 설움은 방위만이 알아준다고, 방위들의 아지트에서 펼쳐지는 하루의 정경을 유쾌하면서도 따뜻하게 풀어 낸 <방위들의 천국>을 보며 킬킬대다가도, 지방 콤플렉스를 사심없고 순박하게 드러내는 삼합 아줌마가 주인공인 <삼합으로 어우러지기 위하여>를 보면서는 가슴이 애잔해지다가, 급기야 조선족 할머니와 콩국수 할아버지간의 정겨운 실랑이가 벌어지는 <고집 센 콩국수>에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면 오바일까?

아무리 소재가 좋더라도 넘치는 문체였다면 지나치게 기름진 음식처럼 몇 페이지 못 가서 물려버렸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절제와 긴장을 잃지 않으면서 균형잡힌 시각을 제공해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책 한권 읽고 정말 좋은 사람들을 배부르게 사귄 것 같은 경험은 흔치않은 것이다.

몇달 전 동남아시아의 한 나라를 여행하다가 한 동네에서 우연히 십여 년간 동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음식점에 들른 적이 있다. 여행객으로선 행운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건 푸짐하고 맛좋은 음식과 주인과 손님들, 테이블과 테이블, 일행과 일행의 경계가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할아버지부터 걸음마를 간신히 뗀 아이까지 허물없이 즐겁게 어울리는 그 곳을 나오며 우리 나라에도 이런 터줏대감같은 주인과 사랑방같은 공간이 아직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에서 해답을 찾은 셈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 뒷면에 소개된 소개 맛집들의 전화번호 리스트가 있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 내가 사는 근방에도 한 곳이 있다는 사실에 이번 주말에 식구들과 한번 가 봐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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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 - 벤처 대부의 거꾸로 인생론
정문술 지음 / 키와채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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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서점에 가 유심히 보는 코너는 단연 베스트셀러 코너. 평소 관심도 없었던 경제경영서가 서너 권씩은 눈에 띄는 걸 보면 경제가 어렵긴 어려운 모양이란 생각이 든다. 아침형 인간이니 한국의 부자들이니 하는 타이틀의 책들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만 봐도 현 독서문화의 풍토가 교양보다는 처세가, 도의보다는 성공이 우선시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다.

 

시간관리나 업무효율, 마케팅 등의 경영 전략을 소개하는 책을 매뉴얼 형 경제경영서라 할

수 있다면 성공신화의 주역의 삶을 담은 책은 에세이형 경제경영서라 할 수 있을텐데 매뉴얼 형

이건, 성공기건 경제경영서의 목적은 단 하나, 성공의 길을 찾는 이들에게 허황되지

않은 성공의 ‘지름길’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특히, 성공한 인물의 일대기는 단순한

기술이나 공식에 머물지 않고 한 개인의 실제 이야기에 근거해 성공 도식을 도출한다

는 점에서 생동감과 진실을 맛볼 수 있다.

 

문제는 성공한 주역들의 라이프 스토리를 전개하는 데 있어서 연관성 없는 사실까지 결과적 성공을 위한 요소로 편집한다는 것이다. 민간인(?)의 입장에서 그런 식의 기술 방식에 거부감을 느낄 때도 많은데 비단 나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다수의 성공담이 일면 드라마틱하면서 일면 작위적으로 느껴지는 건 바로 그렇게 무리한 성공 도식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개인적으론 처세술 읽기의 목적을 실리성보다 스타의 판타스틱한 신변잡기로 여기게 된다.  

 

그런데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은 좀 달랐다. 이 책은 최근 자신의 기업을 가족이 아닌 직원들에게 물려주고 은퇴한 후, 카이스트에 자기 재산 수백억을 기부한 정문술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이다. 내가 이 책을 읽게된 건 어느 소개글에서 정문술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동기를 노욕(老慾)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늙은 자의 욕심이라, 이 말은 정문술에게 겉만 번지르르한 겸손의 예가 아니다.

 

그가 온 직원들이 울면서 말리는데도 결연히 은퇴를 선언한 것도, 은퇴 이후 회사에 어떤 식으로도 관여하지 않은 것도(심지어 은퇴 전까지 자신이 주도하던 연구소의 준공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카이스트에 수백 억을 기부한 것도 전부 노욕, 즉 자기만족의 발로라는 것이다. 여기에서 나는 [월든]의 데이빗 소로우가 자선은 이기적 자기만족이라고 했던 걸 기억했는데, 정문술은 소로우의 그 냉소를 긍정적 행동주의로 바꾼 것이다. 거기에서 진실의 울림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처세술이 아니라 처세철학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처세철학임을 강조하는 건, 정문술의 성공과 진실을 작동하게 한 힘이 단순한 생존문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차원적인 자기만족을 지향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과 족벌체제를 당연시하는 기업이 절대다수인 현대 한국 기업문화에서 정문술의 경영은 비현실적으로 들리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정문술의 아름다운 경영]을 한 장 한 장 읽어 나가면서 독자는 정문술의 아름다운 신화가 결코 위선이나 가공의 결과물이 아님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쉽지 않은 정도를 걸어가는 과정에서 그 누구보다 정문술 자신이 가장 많은 유혹과 욕심에 시달렸다고 고백하고 반성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국사회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도덕경영인인 그가 상도의의 기준을 초등학교 도덕책으로 삼았다는 이야기도, 그래서 거짓되게 들리지 않는다. 카이스트에 수백 억을 기부하기 전까지 내 돈인데 하는 안타까움에 시달렸지만 막상 기부하고 나니 그렇게 홀연할 수가 없다고 이야기하는 대목에서도 진행형 무사무욕을 실감하게 된다. 그가 끝까지 놓지 않으려고 매달렸던 건 도전과 패기의 정신 이면에 공존하는 신중함과 절제력이다. 그는 그걸 8할의 자족이라고 말한다. 이것 또한 다른 경영 스타와는 다른 점이라 할 수 있다. 결과보다 결과를 향한 과정을 즐길 줄 아는 경영인. 멋지지 않은가.

 

그래서 이 책은 물질적 성공을 위한 단기코스 매뉴얼이나 다름없는 유수 경영 경제서들과 질적으로 다르다고 본다. 단순히 기업인들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지침서 이상의 읽을 거리라고 생각한다. 제목의 경영인생의 경영이자 욕심과 집착을 다스리는 경영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직면하게 되는 가치와 문제점에 대한 진정한 방법론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하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며 얻게되는 잔잔한 기쁨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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