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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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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무법자>, 크리스 휘타커

1. 30년 전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꾼 살인사건의 시작

소설은 30년 전 일어난 살인사건이 여전히 모두를 옭아매고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촘촘하게 서술한다. 30년 전, 빈센트 킹은 여자친구인 스타의 어린동생 시시를 차로 치고 죽게 만든다. 이 사건으로 인해 빈센트의 친구이자 경찰서장인 워크의 시계는 여전히 30년 전에 멈춰져 있으며, 스타는 위태로운 삶을 이어간다. 스스로를 무법자라 칭하는 더치스는 스타의 첫째 딸로 온 몸에 가시를 두르고 사람들을 대하지만, 동생인 로빈에게는 무척이나 다정한 누나이다.

조용하고 단조롭던 마을은, 빈센트가 복역을 마치고 돌아와 스타를 죽이자 다시 한번 소란에 빠진다. 모든 상황을 기억하는 로빈은 충격에 기억을 잃어버리고, 워크는 빈센트의 무죄를 입증하고자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한편, 더치스는 로빈과 함께 할아버지 핼의 농장에 머무르게 되는데, 자신이 저지른 실수로 인해 다크가 찾아와 해를 가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더치스는 자신과 엄마를 버리고 돌보지 않은 핼이 너무 밉지만, 핼의 사랑과 인내는 더치스 안에 자리잡은 분노의 불꽃을 사그라들게 만든다. 그러나 다크로 인해 한 순간 손에 잡힐 듯 했던 희망은 다시 없어지고, 더치스는 무법자로서 자신의 실수를 바로잡기로 마음 먹는다.

2. 서정적인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범죄 미스터리

범죄소설임에도 불구하고 스릴보다는 아름다운 미서부의 풍경과 진득한 감정묘사가 더 돋보이는 소설이다. 몬테레이를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안가와 드넓게 펼쳐진 초원의 묘사가 무척이나 아름답다. 이와 대비되게 스타와 더치스의 삶은 우울하고 절망적이다. 사실 소설을 읽는 초반에는(아니 거의 후반부까지) 더치스에겐 정이 가지 않았다. 소설 후반부에 스타를 죽인 범인이 밝혀지는 장면에선, 이 소설이 범죄소설이 맞구나를 깨달으며 충격적이었지만.. 결국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이 더치스가 오해하고 저지른 실수 때문이 아닌가 싶어서이다. 디키 다크가 엄마를 때린 줄 알고, 다크의 술집에 불을 질렀지만 실제로 엄마를 때린 건 옆집 브랜든 록이었다. 그리고 이 브랜든 록이 애지중지 하는 머스탱를 긁어버리는 데, 이는 또 다른 비극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촉발하고, 종국에는 이 모든 것이 그물처럼 이어져 있음이 드러난다. 이 모든 것들이 마지막 백여쪽도 안되는 분량에서 폭발하는데 무척이나 흥미롭다.

3. 선과 악의 회색지대에 대하여

"워크. 넌 애 같다니까. 더 좋은거 아니면 더 나쁜거. 나쁜거 아니면 좋은거. 우리 둘 중에 하나에만 해당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소설에서 계속 다루어지는 부분은 선과 악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 항상 회색지대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빈센트는 명백한 가해자이지만, 어떤 면에선 피해자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수습하고, 참회하고자 애썼다. 워크는 다크를 계속 의심했지만, 그를 만난 모든 여자들은 다크가 보기와는 다르고 좋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저지른 짓은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소설에는 이처럼 양면성을 지닌 인물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4. 나의 작은 무법자, "더치스 데이 래들리"

"핼은 이런걸 이야기할 때 이 온갖 아름다움이, 그 눈에 보이는 것들이 내 눈에도 그렇게 보일 거라고 생각하죠. 그런 것들은 내가 본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아둬요"
"끝은 또 다른 시작이다, 더치스"

더치스가 핼에게 마음을 열고 나서 다시 한번 희망이 짓밟히는 순간은 너무 마음이 아팠다. 더치스가 욕을 하고, 사람들에게 거칠게 구는 것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로빈과 자신을 구원할 사람은 오직 "무법자"인 자신 뿐만이란걸 아니까. 또 사고를 쳐서 복지시설로 보내지고, 로빈과 자신이 입양될 기회를 무산시키게 되자 더치스는 마침내 자신이 로빈의 곁에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앞 장면에선 너무 화가 났지만, 이 모든 걸 인정하고 멀리서 로빈을 지켜보는 장면은 너무 슬펐다. 고작 열 네살인 소녀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어른도 견뎌내기 힘든 상실을 너무 어린 나이에 겪은 더치스. 바로 한 발자국 앞에 있던 희망이 떠나가고, 손에서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순간들을 소녀는 어떻게 이겨내야 했을까.

책의 원제목은 "We begin at the end"로, 더치스가 과거의 끝에서 미래로 나아갈 것임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나의 작은 무법자"라는 번역도 마음에 들지만, 원제목이 더 가슴에 와 닿았다. 내내 골칫거리였던 가계도를 마침내 채우는 더치스를 보며, 그 강인함으로 반드시 행복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출판사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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