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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지음, 류기일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5월
평점 :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 그래디 헨드릭스 #도서제공
📙파이널 걸은 슬래셔 영화에서 살인마를 처치하고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를 가리킨다. 이 그룹은 말 그대로 파이널 걸 6명이 모여 캐롤 박사의 주도 하에 서로를 서포트 하려고 모인 모임이다. 하지만 16년이나 이어진 이 모임도 이제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서로 만나기만 하면 싸우고 다투며 모임을 나가겠다는 사람까지 나온다. 그러던 와중에 모임의 리더격이던 에이드리언이 살해 당하고, 뒤이어 리넷과 줄리아, 헤더에게도 위기가 닥친다. 누가 다시 파이널 걸들을 노리는 것일까?
🏷슬래셔 영화는 살인마가 사람들을 잔인하게 살해하는 걸 보여주는 공포 영화의 하위장르이다. 대개 그 살해장면이라는 게 마체테, 칼 등의 날이 있는 도구로 신체를 훼손하는 것이라.. 중간중간 파이널 걸들이 경험했던 사건에 대한 묘사들이 나오는데 아주 잠깐이라도 읽기 힘들었다. 작가가 슬래셔 영화에 대한 지식이 어찌나 많은지! 어떤 페이지에서는 파이널 걸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 순위도 나온다. 나는 이게 진짜 있는 영화인가 싶어 검색해 봤는데 소설 속 주인공인 파이널 걸 6명을 소재로 만든 가상의 영화였다.🥲
하지만 이런 잔혹한 범죄들은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다. 그리고 이를 영화로 만들어서 피해자를 두번 죽이는 것도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이다. 특히 미국은 연쇄살인마에다 별명을 짓고 그들을 우상화하는데 정말 미친짓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참혹한 일들을 겪고 살아남은 생존자들은 절대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리넷은 일가족이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걸 지켜봤고 본인 또한 죽음의 문턱에서 두 번이나 살아 돌아왔다. 생존 강박을 가진 리넷은 현관문에 철창을 설치하고, 자신의 집이 밝혀지지 않도록 1시간도 안되는 거리를 지하철과 버스를 바꿔타며 3시간을 돌아 집에 온다. 그래서 리넷이 누군가가 파이널 걸을 노리고 있다 주장해도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심리학자인 캐럴을 비롯해서 다른 파이널걸 모두가 리넷이 정신병이 있다고 생각하니까.
심지어 헤더는 리넷에게 파이널 걸도 아니고 그저 우연히 살아남은 피해자일 뿐이라고 말한다. 리넷은 처음엔 도망치기에 급급한,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나아가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끊임없이 "자매를 지켜줘야지"라고 되새기며 음모를 파헤치고, 눈 앞에 닥친 위기를 해결하여 모두를 구하고자 노력한다.
파이널 걸을 노리는 범인이 누구일지 리넷이 하나하나 추척해가는 과정도 재밌었지만, 가장 좋았던 건 소설의 메시지이다. 파이널 걸 서포트 그룹이라는 제목 답게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여성들 간의 연대를 강조한다. 리넷은 아무런 일면식이 없는 소녀인 스테퍼니를 그저 파이널 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지키고자 노력한다. 같은 아픔을 겪었고, 서로를 도울 수 있는 건 서로밖에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여름이란 계절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서늘한 반전까지 있다. 반전의 반전이랄까. 애초에 범인이 누구일지에 대해 리넷이 보고 들은 것 수준에서만 추리가 되어 짐작하기가 어려웠다.(나만 추측 못할 수 있음)
스릴러 소설 다운 재미와 강력한 메세지, 그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행해지는 범죄와 이를 가볍게 다루는 미디어에 대한 비판의식이 골고루 담긴 책이다. 소설적으로도 재밌지만 그저 킬링타임으로 끝나는 소설이 아니라 좋았다. 특히 챕터 사이마다 진짜처럼 쓰인 칼럼, 영화 소개, 경찰 보고서 등 책을 읽는 내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남자들은 우리처럼 주변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없다. 남자들은 자기들 실수로 죽는다. 그럼 여자는? 우리는 여자라서 죽는다.(p.43)
🔖나는 무기를 든 남자에게서 도망쳐야 했던 모든 소녀였다. 목숨을 구하려 안전하게 지내 마땅했던 장소들을 도망쳐야 했던 그 모든 소녀였다. 나는 다음 스튜디오로 재빨리 이동했다. 나는 기숙사에서 도망치던 줄리아였고, 고등학교 복도를 내달리던 헤더이자, 오후의 텍사스를 가로지르던 매릴린이자, 병원을 뛰어다니던 대니이자, 여자아이 하나가 언제고 뛰어다니며 소리를 내지를 이 캠핑장을 도망다니던 에이드리엔이었다. 그리고 나는 이제서야 내달리는 리넷이었다. (p.443)
⭐️출판사 문학동네(@munhakdongne )의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