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블러드 마마"라는 별칭을 얻은 로레타 서워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죄수이며, 곧 사면을 앞두고 있다. 이 세계에선 죄수들이 CAPE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서로를 죽이는 데스매치를 벌이며, 여기서 죽지 않고 3년을 버티면 사면받을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B3라 불리며, 현재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격투 스포츠이자 오락 엔터테인먼트이다. 대중은 티비에서 살인을 감상하고, 흉악범들에 열광하며 B3의 다음시즌을 기다린다.
🏷현재에도 수많은 서바이벌 게임들이 존재한다. 아이돌, 댄스, 두뇌게임 등 대중들은 참가자들의 경쟁과 치열한 싸움을 관람하는 것을 즐긴다. 하물며 이게 전혀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는 살인게임이라면? 대중들은 B3에 나오는 참가자들(링크라 불린다)에게 열광하면서도, 이들이 상대방을 죽이거나 혹은 상대방에게 죽임 당할 때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왜냐면 링크들은 모두 흉악범이자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니까.
그럼에도 소설을 읽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느끼게 하는 지점이 있다면, 주인공인 서워와 스택스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인간적이라는 점, 그리고 미국 감옥의 부조리한 현실, 인종과 젠더 문제일 것이다. 서워는 자신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스택스는 자신을 강간하려 한 가해자를 죽인 살인자이다. 또한 이들이 흑인이고 여성이기에 더 불합리한 처벌을 받았음을 은연중에 드러낸다. 작중에서도 이 살인게임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유색인종,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이다.
하물며 죄수자들에게 행해지는 "인플루언스" 처벌은 어떤가. 고통을 극대화하는 이 처벌은 재소자들이 데스매치 게임에 자발적으로 지원하게 만든다.
🏷소설을 읽으면서 독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옳고 그름에 대한 문제이다. 작가가 흉악범들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이 이에 대한 호불호를 판단하는 것을 의도적으로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더군다나 이 살인게임은 범죄자들의 사형을 대체하여 만들어졌다고 하기엔, 기업들이 이 게임에서 너무 많은 이득을 취하고 있다. 이사회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일지 고민하고, 링크들의 노동을 이윤으로 환산하고자 한다. 그리고 다른 기업들은 인기 있는 링크들에게 투자하여 그들의 로고와 제품이 프로그램에 노출되게끔 만든다. 범죄자들을 처벌한다는 윤리적 목적을 가졌다고 하기엔 이제 너무 먼길을 온 셈이다. (근데 또 B3폐지를 주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흉악범들의 인권을 옹호하는게 가당키나 한가? 라는 모순적인 감정이 든다!)
🏷이미 미국에는 민영화된 교도소가 있고, 사법 체계에서 인종 차별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BLM를 외치게 만들었던 사건이 21세기에 벌어지고 있으니까. 작가는 이러한 사회현실을 바탕으로 디스토피아 사회를 구현하고, 여기에 베틀로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로 소설을 전개한다. 정말 간만에 사회문제를 그려낸 디스토피아 소설을 읽어서 그런가 생각이 많아진다.
살인 게임이 소재라 영화나 드라마화를 한다면 정말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하다가도.. 이거야말로 B3에 열광하는 관중들과 다름이 없거서 흠칫했다🥲.....하여튼 1984와 시녀이야기와 같은 암울한 디스토피아에 배틀로얄 한 스푼 끼얹은 느낌? 선과 악으로 나눠 떨어지지 않는 문제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다면 추천!
🔖미첼은 그들이 흑인 여성인 것이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시장 조사에 따르면 대중은 보통 그들의 생존에 신경을 덜 썼다. 흠모와 혐오가 복잡하게 결합한 가운데, 욕망의 대상이 파괴되는 모습
을 편하게 보기 위해서는 흑인 여성인 쪽이 좋았다. 서워와 멜랑콜리아 비숍을 통해, 미첼은 시청자들이 링크들에게 어떤 감정을 갖기를바라는지 가르칠 수 있었다.(p.394)
🔖그들은 에이티가 자주 하던 말처럼 나쁜 사람들로 이뤄진 좋은 가족이었다.(p.428)
⭐️출판사 황금가지(@goldenbough_books )로부터 도서지원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