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않는 적정 거리 심리학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6
권수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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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읽었던 책 <상자 밖에 있는 사람>은 상대방을 '수단'으로 대하는가, '존재 자체로 대하는가'에 대한 첫 인식을 갖게 했던 책으로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관계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를 보면서, 이따금씩 스쳐 지나가던 '수단과 존재'에 대한 생각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관계에도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관계'를 주제로 서로가 서로를 어떤 존재로 인식하는지, 그리고 거기에서 파생되는 관계의 거리는 어떤 모양인지를 지금 우리 삶의 모습과 대비하여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저자는 철학자 마르틴 부버의 '근원어'라는 개념을 가져와 우리가 지향해야 할 건강한 관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근원어'는 관계에 있어서 근본적인 사고의 틀이 '나와 너'인지 '나와 그것'인지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는 모두 상대에게 있어 '너'이길 바라지만 '그것'으로 상대를 대하는 것이 익숙한 편입니다. 중년 남성이 긴 머리에 은반지를 끼고 있는 것을 보며 '불량해 보인다'라고 판단하거나,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아들에게 "또 스마트폰이야! 넌 도대체 나중에 뭐가 되려고 그러니!"라며 다짜고짜 판단을 쏟아내는 엄마의 모습처럼, 이전의 내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상대를 판단하며 상대의 지금 여기를 보아주지 못하는 것이 바로 상대를 '그것'으로 대하는 모습 중 하나입니다. 저자는 그런 우리가 상대를 '너'로 대할 수 있게 도와주는 첫걸음으로 일상의 대화 방식을 바꾸기를 추천하며, '판단 중지'를 뜻하는 '에포케'라는 단어를 가져와 잠시 판단을 멈추고 상대방의 경계를 존중하는 비폭력 대화, 에포케 대화를 실천하기를 권합니다. 로젠버그의 비폭력 대화를 구성하는 '관찰, 느낌, 욕구, 부탁'의 4단계를 활용해 나의 욕구와 마음을 들여다보고 건강하게 이를 표현하며 상대와 대화하는 것, 내 안의 매니저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에포케 대화, '책임'이라는 단어의 새로운 관점 등 원리와 개념을 시작으로 하여 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내용까지 연결된 설명은, 이해와 실천의 두 축을 모두 원하는 저의 바람을 꼭 맞게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지나온 관계에 대한 후회를 돌이켜보면, 그 안에는 상대를 '너'가 아닌 '그것'으로 대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나 스스로를 대할 때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래서 '나와 너'의 근원어를 바탕으로 사는 것은 과장하면 '인생 과제'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어려운 일이라는 저자의 이야기와 마르틴 부버의 '상대방을 그것으로 만나는 관계는 아직 번데기의 관계'라는 말은 마음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나만 어려운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 더 성장하면 나비가 될 수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요.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실은 누구보다 마음 깊이 친밀한 관계를 원하면서도 습관적으로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대화를 하고 있는 오늘, 우리 사회 남녀노소에게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관계 회복의 물꼬를 터줄 수 있는 내용인 것 같았거든요. 저 역시 이 책을 다시 한번 천천히 읽으면서 '나와 너'의 관계가 저의 근원어가 될 수 있도록 생각하고 노력해보아야겠다고 마음 먹어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 받았으며, 내용에 대한 요구 없이 저의 견해가 담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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