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 고래뱃속 창작동화 3
박혜선 지음, 정인하 그림 / 고래뱃속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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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무슨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비밀'이란 단어만큼 효과적인게 있을까요?


<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는 제목만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입니다.


표지 그림 속 판다처럼 눈 주위가 검은 토끼와 나무 뒤에 숨어 반쪽만 드러낸 각기 다른 동물들의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요.


아이가 단숨에 책장을 펼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소프트한 커버의 가벼운 책을 좋아하는데요. 이 책 또한 얇고 가벼워서 맘에 듭니다. 책 날개가 있는 것도 굿! 문고판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처음부터 부담느끼지 않고 읽을 수 있는 두께 또한 굿!


(고래뱃속 창작동화 <편의점>도 재밌게 읽었고요. <봄시내는 경찰서를 접수했어>는 곧 읽을 예정입니다.^^)


마을에는 세 분의 할머니가 있습니다.

토끼를 중심으로 고라니, 다람쥐, 산비둘기, 멧돼지로 구성된 비밀 결사대가 이 세 분을 지키고 있죠.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할머니들을 지킨다기보다는 할머니들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잔뜩 역정난 할머니들을 보세요.

힘들게 농사 지은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고, 파먹거나 따먹은 산짐승들 때문에 화가 나셨네요.

그리고는 세 할머니가 말하기를


"내 이놈의 산짐승들 때문에 고향 땅 뜨고 말지."

청천벽력과도 같은 이 말에 산짐승들 모두가 얼음이 되어버립니다.

할머니들이 떠나버리면 더 이상 맛있는 상추도, 옥수수도, 콩도 먹을 수 없게 되니까요.

그래서 이들은 회의를 열고, 마침내 결론에 도달합니다.

"우리 스스로 변해야 해." 이러면서요.

아무 때나 마음대로 할머니를 곡식밭에 들어가지 않기로 약속하고,

눈물을 흘리며 그 약속을 지키는 산짐승들의 모습에 웃음이 나옵니다.

한편으로는 기특하기도 하고요.
한편 산짐승들은 할머니들이 돌아가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을 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머니들이 오래 사실까 고민하고 방법을 찾는데요. 그 장면에서 키득키득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할머니들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 표면적으로는 그저 할머니들을 괴롭히는 걸로 보이기 때문이죠.


이를테면 "오래 살려면 몸을 움직여야 혀."라는 할머니의 말에

이들 비밀 결사대들은 한밤중에 마을로 내려와 반짝반짝 윤나게 닦아 놓은 툇마루를 엉망으로 만듭니다.

다음날 이를 발견한 할머니들은 산짐승들을 욕하며 '몸을 움직여' 마루를 닦게 되고요.

또 "애기 울음소리 들은 지 몇십 년인지 몰러."라는 할머니의 말에

얼마 전에 새끼 낳은 멧돼지가 아기들을 데려와 마당가에서 꽥꽥거립니다.

이게 다 할머니들을 위한 비밀 작전이라네요.


"할머니들을 지켜준다면서 왜 할머니들을 괴롭히냐고?
 모르는 소리, 그게 할머니들을 지키는 우리들만의 특급 임무야."

뭔가 2% 부족한듯 하지만 할머니들을 지키기 위한 비밀 결사대 산짐승들의 모습과

"워매워매 산짐승들이 미쳤는갑네." 놀라면서도 나중에는 깔깔깔 웃음보를 터트리는 할머니들의 모습.

이 책의 재미는 여기에 있는듯 합니다. 그리고 장면장면마다 익살 맞은 산짐승들의 표정을 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고요.
명랑발랄유쾌하면서도 그 속에 담긴 의미는 마냥 가볍지 않은 이야기, <비밀 결사대, 마을을 지켜라>

아이와 함께 어른도 함께 읽어볼만 합니다. 가정의 달 5월에 읽어도 좋고, 멀리 계셔서 자주 찾아뵙지 못하는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읽어도 좋을듯 합니다.


☞ 해당도서는 이벤트에 당첨되어 출판사로부터 무료 제공받았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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