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다사다난했던 지난 오월,

장영희 교수님이 세상을 떠났다.

 

 

 

 

유명한 글쓴이, 영문학자, 대학교수라는 찬란한 수식어보다는

내게는 소소한 에세이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했던 그녀,

 

강해보이고 늘 당당해보이는 전형적인 닮고 싶은 성공한 여자라고 생각했던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앓았던 사람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그리고 그녀가 그렇게 성공적인 인생을 사는데 장애라는 핸디캡이

마치 그녀를 더욱 독하게 만들었을 거라는 어림짐작을 했었다.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로 관심을 갖게 된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을 읽고 나서

얼마나 안심을 했는지 모르겠다.

지난 봄, 그리고 초 여름까지 베스트 셀러 1위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은 이 책을

평생 모르고 살았으면 어쩔뻔 했을까...

지금을 삶에서 죽음으로 옮겨간 그녀를 크게 오해하고 살 뻔 했다.

 

 

 

매달 나오는 손바닥보다 약간 큰 잡지에 글을 연재했던 장영희 교수님의 짧은 글들을 보고는

그녀가 어떤 사람인지는 크게 알길이 없었다.

마지막 책이라는 수식이 붙은 이 에세이에서는

 

보여지는 것만큼 화려하지도 않고, 독하거나 강하지도 않은

아름답게 나이들어가는 청초한 중년의 삶을 보여주고 있어서 참 고마웠다.

우리와 동떨어진듯한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면 그녀의 배경을 부러워했을지도 모르겠다.

 

한국 영문학의 시초인 장왕록 교수의 딸로,

어쩔수없이 성공한 인생을 살아야 하는 소위말하는 엄친딸이라고 생각했을것이다.

하지만 끊임없이 길을 반복해야지 알 수 있는 길치이며,

게으르고, 약속을 잘 어기며, 감정적이고 약간은 다혈질 성향도 보여주는

그저.. 친해지고 싶은 옆집 이모, 아니 문학적 성향이 다분한 옆집의 언니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나이가 좀 많은)

 

그녀가 살아온 인생의 일부를 책에서 말해주었고,

또한 어떤 생각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은지..

삶에 대해서, 일상에 대해서, 행복에 대해서 무척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소소한 기쁨, 그리고 그녀의 글을 읽는 그 자체의 기쁨도 느끼게 해주었으나

그런 그녀는 이제 우리 곁에 없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쓴 (물론 의도하지 않았지만) 책이라는 이유로 주목받는다면 독자로써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저 그녀의 조용하고 솔직한 글 솜씨.. 그리고 삶에 대한 의욕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베스트 셀러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주장한다)

 

 

비록..

암이라는 덩어리와 싸워 이기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삶에 대한 애정과 삶을 위한 투쟁은 누구보다 존경스럽고 감동적이다.

구질구질하다거나 절대 동정하고싶지 않은..

게으르다고 말하지만 누구보다 부지런했던 그녀의 삶을..

독자로써.. 그녀를 닮고 싶은 대한민국의 20대 여자로써 존경한다.

 

 

 

 

故 장영희 교수님의 명복을 기원합니다.

(좀 늦은감이 있지만요. 어쨌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