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가슴에 남는..

도피행
시노다 세츠코 지음, 김성은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8년 10월

도피행,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어두운 표지와 심리적인 복잡함을 다룬 듯한 일러스트에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제목부터 뭔가 침울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철학적이고 무거운 소재들을 나열했을까봐 걱정스러웠지만 사실 일상적인 이야기로

오히려 초반에는 모험과 같은 이야기였다. (뭔가 스릴있는 쫓김이랄까?)

주인공 타에코는 막 50세에 접어든 주부였고, 그녀는 보수적인 남편과 독립한 첫째 딸,

그리고 같이 살지만 개인적인 생활을 하는 막내딸이 있었다.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골든 레트리버인 포포.

포포가 이웃집 아이를 물어죽이는 사건이 발생해 일본 열도는 모두 포포와 그의 주인인

타에코를 온통 비난한다.

포포를 법적으로 처벌할수는 없지만 결국 보건소로 보내져야할 운명이었고,

가족들 역시 포포를 격리시키는 것이 좋겠다고 했지만 타에코에겐 무엇보다 소중한 가족이었다.

처음 포포와 타에코가 만난 것 역시 외롭고 불쌍해보이는 포포를 연민으로 감쌌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그 때 포포에게서 타에코는 자신의 모습을 보았는지도 모른다.

갇혀진 우리 안에 힘없이 있던 포포를 비싼 값을 주고 집으로 데려와 지극정성으로 돌봤다.

포포를 데리고 살인자마냥 멀리 도망치지만 그녀를 도와준 사람은 가족도 친척도 아닌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자신의 삶에서 치열하게 사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서 고마움을 느끼고 오히려 가족들에게는 철저히 소외당한다.

25여년간 가족들을 위해 살았던 타에코.

도피행 끝에 정착한 마을에서 혼자의 힘으로 살기 위해 밭도 일구며 보람을 느끼지만,

잔인하게 야생성을 띄는 포포의 모습에 점차 허무함을 느낀다.

하지만 사냥을 하고, 생존본능을 드러낸 포포의 모습은 타에코의 모습과 별다르지 않았다.

결국 인간이나 동물이나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기 위해 무던히 애쓰는 존재였다.

하지만 허무하게도 정말 반전없이 너무 안타깝게 끝나버려서 아쉽다.

가슴이 허전하고 쓸쓸한 바람이 스친 것 같다.

내 어머니는 삶의 치열한 전쟁으로 인해 정신없이 바쁘지만,

그녀의 내면도 모두 떠나간 빈둥지처럼 허전하고 쓸쓸할 것 같다.

그건 어떠한 존재도 대신해줄 수 없다. 따뜻한 가족들의 위로가 필요할뿐..

시노다 세츠코라는 일본의 유명작가를 새롭게 알게된 계기가 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