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 목민심서 (다산의 지혜 에디션) 다산의 지혜 에디션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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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의 <목민심서>, 모두가 알지만 제대로 읽어본 사람은 과연 몇이나 있을까? 세계명작 등 고전 읽기에 욕심을 내면서도 막상 우리 역사 속 고전은 멀리했던 것이 부끄러웠지만 <정선 목민심서>를 펼치는 데까지 용기가 필요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과연 내가 이해는 할런지, 내가 얻어갈 것은 있을지... 하지만 그런 의심은 기우에 불과했다.


사람들은 바른 것, 옳은 것을 찾고자 하는 본성이 있다고 믿는다. 시대에 따라 바른 것, 옳은 것이 조금씩은 다르게 받아들여 있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온전한 선(善), 정(正), 의(義)를 찾는다. 굉장히 대단한 무언가이지 않을까 싶지만, 어쩌면 그것은 예상외로 가까이 있는지도 모른다. <정선 목민심서>를 읽으며 느낀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이라면, 하나의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응당 당연하게 여겨야 하는 가치들이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는 걸 새삼 느낀다. <정선 목민심서>는 당시의 관리들을 위한 글이었지만, 요즘 말로 정말 '거를 것이 없다.' 어느 자리에 있든지 이 책을 한 번은 꼭 읽고 그 자리에 임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필사를 하면서도 한 마디 한 마디에 가볍지 않음을 느낀다. 백성을 위한 그 마음, 나라를 위한 그 마음이 어찌 가볍고 쉬울 수 있을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고 하지만, 사람과 사람에 대한 선(善), 정(正), 의(義)는 별로 변하지 않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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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해결사 깜냥 2 - 최고의 요리에 도전하라! 고양이 해결사 깜냥 2
홍민정 지음, 김재희 그림 / 창비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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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부모라면 한번씩은 다 들어봤을 <고양이 해결사 깜냥> 시리즈! 벌써 7권까지 나왔다는데 아직까지 한번도 안 읽어봤다니? 올해 중으로 8권도 나올 예정이라고 하니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유명한 시리즈가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집 1학년이 좋아할 느낌이라 냉큼 서평단 신청~ 이왕이면 우리집 1학년이 좋아할 요리 소재인 2권을 골라 보았다.


<고양이 해결사 깜냥 2: 최고이 요리에 도전하라!>는 까만 고양이 깜냥이 우연히 피자가게에서 일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스토리다. 귀여운 외모에 뭐든 한두 번 본 일은 그대로 해내는 능력이 있어 어디서나 필요한 일을 찾아서 해낸다. 그리고 맛있는 것을 나눠 먹고 싶어하고, 주변을 잘 살피는 그런 따뜻한 마음 때문에 누구나 깜냥을 좋아하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물론, 중간에 귀여운(!) 실수도 있었지만 귀여운 고양이니까(?!) 봐 줄 수 있는 듯 ㅎㅎ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소재와 귀여운 일러스트로 초저 친구들이라면 거부감 없이 술술 읽힌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시리즈로 계속 재미나게 나와줬으면 좋겠다.


1권과 특별한 연결고리는 없는 것 같고, 2권만 읽어도 스토리 이해하는 데에도 전혀 문제 없었다. 잔잔하지만 깜냥이 있어 루즈하지 않고, 중간중간 일러스트도 책 읽는 맛을 더한다. 나머지 책들은 언제 구매해서 우리집 1학년에게 들이밀어야 하나 (행복한) 고민 중... 책을 읽다가 혼자 히히 거리고, 제일 재밌었던 장면은 몸소 재연해서 보여주는 게 아직은 딱 1학년. 담주부터 2학년인데... 홧팅하자!


P.S: 책이 친정집으로 도착했는데 책 받자마자 읽으면서 집에 가는-_-;; (누가 보면 너 되게 공부 열심히 하는 줄 알겠...?) 암튼 집에 가서도 열심히 보기 시작해서 금새 한 권 뚝딱! 그러더니 나에게 스리슬쩍 와서 "엄마, 이거 몇 권까지 나왔어?" "7권까지 나왔다던데?" "그럼 나 7권까지 다 사 줘!" 그...그래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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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호랑이 버스
국지승 지음 / 창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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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 두 사람이 만나서 낳은 아이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엄마를 먼저 찾는다. 보통의 엄마들이 아이의 변화와 반응에 더 민감하니까, 그리고 상대적으로 아이와 많은 시간을 보내니까.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아빠와 호랑이 버스>의 주인공 선아도 보통의 아이처럼 엄마를 더 좋아하고 엄마를 찾는 것 같다. 아빠와 둘이 보내게 된 하루의 시작에는 불만이 가득할 수 밖에 없었다. 선아 눈에는 아빠가 자신에 대해 너무 모르는 것만 같다. 그런 아빠와 호랑이를 보러 가게 되면서 사건(!)이 시간된다.
호랑이를 보러 가는 버스 안에서 잠든 선아와 아빠는 내려야 할 정류장이 지나도록 깨지 못한다. 한참 뒤 잠에서 깬 선아가 급하게 아빠를 깨운다. 버스 안에 사람이 아닌, 동물 손님들이 가득했던 탓이다. 하지만 어느 동물도 선아와 아빠를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게 동물 손님들을 가득 태운 버스는 어디론가 향한다.
선아와 아빠의 특별한 여행과 경험, 그 스토리도 좋지만, 그림책 곳곳에 보이는 호랑이와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일상적인 도시의 모습에서 조금씩 조금씩 환상의 세계로 넘어가는 전개도 자연스러우면서도 신선했다. 신이 난 선아와 달리, 선아와의 외출로 진땀 빼는 아빠의 모습도 웃음 포인트다.
아이에게는 사실 대단한 선물이나 이벤트가 필요한것은 아닐거다. 사랑하는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내는 시간, 그리고 함께 겪게 되는 예상치 못한 특별한 경험,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에게는 충분하다. 나도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아빠와 호랑이 버스>처럼 호랑이 버스를 타보고 싶다는 아이 같은 마음도 오랜만에 가져보았다. 내일은 아이들에게도 읽어줘야지;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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탬버린 - 김유담 소설집
김유담 지음 / 창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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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는 '징그럽다'는 말을 잘 쓰신다. 곤충이나 징그러운 어떤 것을 보았을 때가 아니라, 기가 막히거나 어이없는 일에 대한 리액션이었다. 처음에는 그런 표현이 생소하게 느껴졌는데, 한 해 두 해 나이가 먹어갈수록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더 와닿게 된달까. 마음대로 되지 않고 '징그러운' 것이 우리네 삶이고 인생이어라.

<탬버린>은 김유담 작가의 소설집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주로 지방의 소도시 어딘가에서 나고 자라다, 더 큰 세상을 꿈꾸며 서울이나 큰 도시로 간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드라마틱하지도 않다는 것을 작가는 여러 단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태생적으로 선택할 수 없었던 고향이나 가족을 뒤로 하고, 자신의 노력(또는 운)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나아왔지만, 여전히 발목을 잡는 것은 타고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다시 태어나지 않는 한, 여전히 내 것이고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삶을 '징글징글'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징그럽다한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을. 우리는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에, 그저 현실에 주어진 삶 가운데에서 버티고 또 버텨내는 수 밖에.

지금 대한민국 어디선가 괴롭게 안고 있을, 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어느 정도는 수긍하고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가가 조심스럽게 내밀 수 있는 위로는 바로 '징글'(jingle)이 찰랑거리는 탬버린이 아닐까. 찰랑거리는 그 소리에 몸을 흔드는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도 될테니.

그렇다 해도 내 인생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운이 좋았고 그나마 쉽게 풀린 축에 속해봤자, 고작 지금의 내가 되었을 뿐이다. 나 역시 하루하루 버텨내기에 급급했다. 그럼에도 버텨낼 자리 하나도 허락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이렇게 보잘것없는 나조차도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답답할 따름이었다.

'탬버린', pp156-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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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 피아노 소설Q
천희란 지음 / 창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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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_자동 피아노 自動piano: 사람이 연주하는 대신에 기계의 작용에 의하여 자동적으로 연주하는 피아노. 특수한 악보를 쓰며 공기의 힘으로 해머를 쳐서 소리를 낸다. [네이버 국어사전]

0_누군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디에서 어떤 상황에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죽음이 시시때때로 다가오고 있음을.

0_어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때가 있다. 긍정에서 시작한 생각은 어느새 부정이 되고, 절망이었던 생각이 어느새 희망이 되기도 한다. 분명히 연결고리는 있었는데, 설명을 하려면 논리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왜 A가 B가 되었는지-흔히 말하는 '의식의 흐름'이 그런 것일까.

0_<자동 피아노>는 소설이지만 장편의 시 같기도 하다. 사실 소설이라고 단정 짓기도 어려운 것 같다.

0_솔직히 말하면, 이 소설은 '난해'하다. 화자가 누구인지도, 어떤 이유에서 계속되는 죽음에 대한 생각으로 사투를 벌이는지도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알 수 있는 건, 우리 삶 속에서 우리가 눈치채지 못할만큼 서서히 연주되어지는 '죽음'을 멈출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결코 특정한 몇몇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여전히 이 소설은 '난해'하다.

사계 Op.37a

The Seasons, Op.37a

-표트르 일리치 차이콥스키 Pyotr Il'ich Chaikovskii

당신은 말했다.

차이콥스키가 흘러나오면 너는 벌써 세상의 이치를 모두 깨달은 것 같았어. 계절이 변할 때마다 단번에 웃고, 울고, 찡그리고, 숙연해졌지. 나는 네가 울 때마다 배가 고픈건지 잠이 부족한 건지 몰라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너는 아직 살아보지도 않은 계절에 이미 다녀온 것처럼 전부 알고 있었던 거야. 정말로 기적 같았지.

한 계절이 다음 계절로 넘어가는 일.

그리고 기적은, 내가 배우지 않았다면 좋았을 단어.

- 88p, <자동 피아노> 천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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