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죽는다
데이비드 실즈 지음, 김명남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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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미디언 겸 배우 제리 사인펠트는 아버지가 되었을 때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 아이가 너무나 사랑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에 아기들이 태어난 목적을 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기들은 우리를 대체하려고 왔다. 아기들은 귀엽고, 안아주고 싶고, 달콤하고, 우리가 사라지기를 바라는 존재들이다' (p173)


개체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는 세포들의 생명을 전달해주는 매개동물에 지나지 않아요. 대대손손 유전자를 물려주는 불멸을 갖는 대신 우리는 늙어 죽는 대가를 치러야 해요. 이 사실은 영혼을 갈가리 찢기는 것처럼 느끼죠. 제가 보기에 삶은 단순하고 비극적이예요. 그리고 기이하리만치 아름다워요. (312)


나는 최근 죽음에 대한 화두에 끌려 알라딘 사이트에서 죽음에 관한 두 권의 책을 구입했다. 한 권은 데이비드 실즈가 지은 이 책 <우리는 언제가 죽는다>와 셜리 케이건이 지은 <죽음이란 무엇인가>였다.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먼저 잡았으나 살짝 어렵고 지루해 보여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읽기 시작했다.


먹고 살기 바빴다는 변명을 자주하게 되는 나이가 되다보니 죽음이라는 단어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 살고 있는 요즘이다. 죽음은 삶에 어떤 의미를 주는가? 죽음을 위해 어떤 생각과 자세로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힌트를 찾기 위해 이 두 권의 책을 골랐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제목은 참 잘 지었다.


하지만 죽음과 삶에 대한 깊은 철학적 화두를 얻기 위한 의도라면 이 선택은 틀렸다. 사람은 모두 다 자신의 렌즈로 세상을 보고 책을 해석하는 존재인터라 이런 단정이 속단으로 비쳐질 수도 모른다. 다만 우문현답을 기대했거나 저자가 깊은 화두와 통찰을 제시하는 책을 기대했다면 이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옮긴이는 이 책을 스포츠와 언어에 관한 에세지라고 부르고 싶다고 옮긴이의 말에 전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리의 존재이자 한계인 육체의 애틋함에 관한 에세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이 책이 가진 유익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책은 처음 유년기와 아동기부터 시작해 마지막장 노년기와 죽음에 이르기까지 우리 몸이 겪는 변화의 수치를 과학적으로 제시한다. 인구 집단의 질병과 사망 그리고 통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각종 노력들의 효과에 관한 수치들. 이런 수치들은 책의 절반을 차지한다. (처음에는 끔찍할 정도로 지루하지만 오히려 나중에는 이 수치들이야 말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를 일깨워주기도 한다) 


수치에 따르면 우리는 6, 7세 유년기에 인생의 절정기를 맞이하는 동물이다. 청년기는 오직 후손을 남길 생각에 몸이 달아하는 동물이고, 임무를 완수한 후인 중년과 노년에는 살든 죽든 자연의 관심 밖에 놓은 잉여의 목숨들이다.


죽음을 철학적 포장으로 미화하지 않는다. 단순히 삶은 개체를 전달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며 죽음은 과정적 측면중 하나 일뿐이라고 매몰차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이런 시니컬함을 좋아한다) 오래 전부터 살았던 수많은 성인들과 유명인사들이 생각하는 죽음과 과학적 통계사실을 버무려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 바로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라는 책이다. 


그렇다고 책이 딱딱하지만은 않다. 저자 데이비드 실즈는 자신과 아버지 그리고 자신이 평생에 걸쳐 몰입했던 스포츠라는 테마를 책의 양념장으로 선택했다. 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인정받았던 훌륭한 농구선수였지만 그도 나이가 먹어가면서 대머리가 되어버렸고 요통으로 시달리는 나이가 되었다.




Closing

인문학의 탈을 쓴 자기계발서의 범람으로 인해 자의적으로 혹은 타의적으로 죽음이라는 키워드를 끌어 안을 수 밖에 없는 나이가 되었다. 직간접적으로 죽음을 자주 맞이하게 된터라 인류가 평생 동안 끌어 안고 살았던 강력한 주제 '죽음'에 너무 힘을 주고 접근한 것은 아닌가 하는 자문을, 이 책을 읽고 나서 떠올랐다. 죽음을 바라보는 생각이 고상해야 하고 삶에 대한 비장한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하는 무게감이랄까.


책에는 저자가 인터뷰한 택시 운전사 호세 마르티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죽으려고 사는 겁니다. 살다가 죽는거죠. 낚시나 좀 하고 여자친구랑 놀고, 세금내고, 책도 읽고, 그러다가 나가 떨어질 때가 되겠죠. 내가 가고 나면 다른 사람들이 오겠죠.'


우디 앨런도 말했다. ' 우리는 홀로 우주를 누비며, 절망과 고통에 못이겨 서로 끔찍한 폭력을 휘둘러대는 존재들이다.'


내가 원해서 태어난 삶이 아니요, 이 삶은 그저 내게 주어진 삶을 뿐이다. 무슨 대단한 목적 때문에 살아 있는게 아니다. 그저 살아 있으려는 본능일 뿐이라는 죽음에 대한 또 다른 해석은 삶에 대한 목적을 발견해야 한다는 중압감으로부터 우리를 가볍게 해 준다. 


주어진 선물을 그저 즐겁게 받고 모든 것을 다 쓰고 즐기고 마쳐라라는 말이 떠오른다. 프랜시스 치체스터 경의 말로 후기를 마친다.


시도가 실패한다고 해도 무슨 상관인가? 모든 인생은 결국 실패한다. 우리가 할 일은 시도하는 과정에서 즐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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