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내들의 학교 ㅣ 서양문학의 향기 9
몰리에르 지음, 김익진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04년 7월
평점 :
최근 유니컨에서 진행하고 있는 문학수업은 새로우면서 의미있는 배움의 시간이다. 문학수업이 아니었다면 중/고등학교 과정에서나 얼핏 이름을 들을 법한 서양 유명 문학가들의 이름을 내가 어디서 들을 것이며, 자기계발서가 아닌 서양 문학작품집을 어떻게 알고 내 돈으로 읽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우연히 시작되었던 문학수업이지만 그리스와 로마시대부터 새롭게 알아가는 서양문학사의 지식은 새로운 앎의 지평을 열어 준 것과도 같다. 그간 실용의 측면에서만 접근했던 독서편력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몰리에르가 쓴 <아내들의 학교>를 읽고 난 후의 느낌은 몰리에르라는 사람이 참으로 흥미롭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한 여인을 무지한 상태로 양육하면서 자신에게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의지할 것을 목표로 했던 한 남자의 우매함을 반전으로 이야기 하는 그 작품의 소재와 전개가 탁월했음을 물론이거니와 <아내들의 학교>라는 작품이 수구세력으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게 되자 비난에 대한 답변으로 <아내들의 학교 비판>이라는 작품을 연극으로 올렸다는 사실이 더욱 몰리에르를 흥미롭게 했다.
문학수업 시간에 받았던 유인물에는 몰리에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한 줄로 요약이 되어 있었다.
'극작 과정에서 성문화 되어 있던 고전주의적 극작법을 가장 많이 어긴 고전주의 시대의 작가'
그도 그럴 것이 이 작품과 작품 해설을 읽어나면 몰리에르는 비판 정신이 아주 투철한 문학가였음을 알 수 있다. 존재 이유가 상실된 형식이라면 그는 주저없이 버리고 파괴했다. <아내들의 학교>는 저급한 오락거리로 전락해 버린 희극을 위대한 비극의 형식인 운문 5막극으로 썼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존시각에 대한 도전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의 관습화된 패턴들을 도전하며 새로움을 추구하는 방식은 내 가치방식과 많은 부분이 내 기질과 많이 비슷하게 느껴 몰리에르라는 작가에 대한 관심이 크게 생겨났다. 지루하고 재미없을 것만 17세기 프랑스 문학 작품집, <아내들의 학교> 재미있게, 맛있게 잘 읽었다. 교양수준에서만 개괄적으로 접하고 있는 수준이 이럴진데 서양문학사라는 심해에 뛰어 들면 어떤 놀라운 풍광들이 펼쳐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