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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박한 공기 속으로
존 크라카우어 지음, 김훈 옮김 / 민음인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96년에 에베레스트 초대형 등반사고를 바탕으로 쓰여진 실화로
당시 함께 등반에 올랐던 기자출신 저자가
사건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기도 전인 사고 이듬해 1997년에 쓴 작품이다.
자신이 보고 들은 기억과 생존한 사람들과 관련자들의 인터뷰를 조합해서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건의 경위를 적어내려간 이 글은
오히려 그가 얼마나 불안하고 방황하고 있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해준다.
- 당신은 등산을 좋아합니까?
나는 책을 읽기에 앞서 얼마 전에 개봉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에베레스트2015.9.24]를 먼저 관람했다.
정신을 차려보니 영화가 끝나있을 정도로 몰입해서 봤는데
이후 쏟아지는 혹평에도 나름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장르는 봐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관적이라는 생각을 한다.
좋거나 나쁘거나 혹은,이라는 중간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위 질문에 아니오,라고 대답한 사람은
일단 책이든 영화든 치워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이롭다.
p.134:1 하지만 이 세상에는 도저히 이를 수 없는 것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대체로 전문가들이 아니다. 그들의 야망과 환상은 좀더 신중한 사람들이 가짐직한 회의를 쓸어내 버릴 만큼 강력하다. 결단력과 믿음이야말로 그들의 가장 강력한 무기다. 이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은 잘하면 괴짜 정도로 취급받으나 잘못하면 미친 놈 취급을 받는다…
에베레스트는 그런 사람의 일부를 유혹했다. 그들의 등반 경력은 전혀 없는 경우에서 약간 있는 정도까지의 편차를 보였다. 그들 중에서 에베레스트 등반을 할만하다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게 세 가지가 있었으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 위대한 결단력, 인내심이 바로 그것이었다.
- 윌트 언스워스, [에베레스트]
1985년 미국의 한 부자가 유능한 산악인 가이드를 동반하고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면서
산악인의 성지가 동네뒷산으로 전락한다.
거기에 네팔과 중국이 경쟁적으로 입산허가증을 팔고
보조산소라는 편법이 통용되면서부터
에베레스트 정상의 문이 서서히 넓어지기 시작해서
90년대 중반에 상업등반이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상업등반이란 쉽게 말하면
전문산악인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가이드 동반 에베레스트 정복관광이다.
당시만해도 각 나라마다 에베레스트 정상등반 붐이 일어
에베레스트는 떠오르는 블루오션 관광지로 등반대 유치경쟁이 치열했다.
잡지사의 권유로 등반대에 오른 저자는 기사를 쓰는 조건으로
로브 홀이 이끄는 어드벤처 컨설턴트 홍보의 일환으로 참가하게 된다.
저자는 오랫동안 산을 흠모한 사람으로
그의 팀원들 대부분이 산악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경악하지만
단 하루의 정상등반일을 위해 한달 여에 걸친 등반 전 캠프훈련을 하면서
그들이 임하는 자세를 보며 점차 생각이 바뀌어간다.
제목 그대로 <희박한 공기 속으로> 점점 가까이 들어가는 훈련이다.
한명 한명에게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인물소개를 보면
그가 나중에 얼마나 큰 죄책감에 시달릴지 암담하다...
비록 고산병에 시달리고 사방이 덩밭인 더러운 환경 탓에
위아래로 쏟아내는 상황 속에서도
에베레스트를 밑에서 올려다보는 베이스캠프의 풍경은 참으로 평화로웠다.
p.79:5 나는 강풍이 휘몰아치는 에베레스트 정상에 설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생각하면서 한 30분가량 그 산을 응시했다. 어제까지 내가 오른 산들은 몇 백을 헤아리지만 에베레스트는 그 어떤 산과도 닮지 않아 그 기분이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았다. 그 정상은 너무 춥고 너무 높고 너무 멀어보여 도저히 오를 수 없는 봉우리처럼만 여겨졌다. 차라리 달에 착륙하기 위해 우주 공간을 날아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 기분. 이윽고 몸을 돌려 그 산길을 올라가는 동안 내 마음은 초조한 기대감과 숨막힐 것 같은 두려움 사이를 왔다갔다했다.
드디어 등반일이 다가오고 잘못된 수레바퀴가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것은 역대 최고 많은 등반팀이 한날 한시 모인 것도,
당일까지도 정상에 고정밧줄이 설치되어 있지 않은 것도,
세르파 대장들의 반목도, 대원들의 능력부족도,
그날의 기상악화도 아니었다.
이미 이 여행의 첫 단추는 잘못 끼워져 있었다.
겉으로는 멀쩡해보이지만 썩은 과일이 하나 섞여 들어간 바구니...
본인은 몰랐지만 주변에 썩은 향기를 풍기며
대장들의 코를 마비시키고 있었다.
저자의 기억 흐름을 생각 없이 따라가다
점차 시간의 역순이 맞춰지며 빠진 시간들의 조각이 메워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깜짝 놀랄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아놔- 이 아자씨 어쩔…
착각도 유분수지...ㅜ_-
책의 중반을 넘어가면서부터
의외의 재미(?)를 선사해주는 이 작가아저씨의 기억력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ㅡㅅ-;;
최근에 읽은 그 어떤 반전미스터리보다 대단하다ㅡㅂ-bb
어쨌거나 결론적으로 문제적 작가였지만
그가 제시한 고전으로의 회귀에는 동의하는 바이다.
여신님은 편법을 싫어햄ㅡㅅ-a
p.386:13 아마 미래의 참극을 줄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환자가 발생한 긴급 사태를 제외하고는 보조 산소를 사용하는 걸 일체 금지시키는 방법일 것이다. 그럴 때 소수의 무분별한 사람들이 산소 없이 정상에 오르려 하다가 참변을 당하는 경우도 간혹 나오겠지만 고산 등반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만큼 높이 오르기 전에 자신의 육체적인 한계를 자각하고 하산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보조 산소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는 사람들의 숫자가 현저히 줄어들 테니 자연히 쓰레기의 양도 줄어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