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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의 서 - 제3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박영 지음 / 은행나무 / 2017년 4월
평점 :
광화문 하늘 아래
서로 다른 죽음의 그림자에 휩싸인 두 남녀가 있다.
남자는 박물관의 보존과학자다.
어머니로부터 오래 살지 못하게 하는 나쁜피를 물려받은 남자.
그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음에 가까이 가는 모습을
고스란히 어린 아들에게 각인시키고 떠난다.
너도 곧 이렇게 될 거라고...
하루하루 자신에게 죽음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남자의 유일한 위안은
그의 손을 거친 유물들이 그가 죽은 후에도 남겨질 거란 사실이다.
여자는 정부공무원이다.
여자의 다이어리는 밤낮없이 걸려오는 전화내용 메모로 너덜너덜하다.
매일같이 자살을 시도한 현장에 출동해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다.
타인의 죽음으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인정받는데 지쳐간다.
남성의 의복을 입은 채 매장된 여성의 미라 전시를 통해 만난 두 사람은
상대방의 눈빛에서 자신의 내면을 꿰뚫는 느낌을 받는다.
죽음이 가까운 남자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운 여자를 데리고 피신한 곳은
발굴현장의 구덩이였다.
남자는 이름도 모르는 여자를 구덩이로 초대하고
그녀의 이름과 이야기와 체온을 나눠가진다.
죽음이라는 포장지를 벗겼더니
내용물도 역시 죽음이었다는 이야기.
읽는 내내 속에서 무언가 계속 침전되는 느낌이었다.
고구마 백 개의 뻑뻑함이 아닌
명치 위의 조약돌 무게 같은 갑갑함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하루를 사는 사람들의 일상에
잠시 이런 이야기 하나 쯤 어떨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