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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평점 :
산으로 둘러싸인 작은 마을.
그것은 아늑함과 동시에 폐쇄적이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추운 겨울,
빨간 머리에 주근깨 소녀 하나가 실종되고
각자 다른 여러 목적을 가진 외지인들이 몰려든다.
스포트라이트 중독자 스타형사 포겔.
지난 사건의 오명을 덮을 요량으로
단순 가출로 종지부를 찍었을지 모를 이번 실종사건을
전국적인 쇼로 만들기로 한다.
정보를 미끼로 기자들을 움직여
국민의 관심을 끌면
수사에 긴급투입지원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돈이 움직이게 되고
포겔의 고급 원단의 양복과 신발이 된다.
희생자 집 주변에 약간의 조미료를 치고
정보를 독점하고 왜곡한다.
증거물을 조작하는 것쯤이야 뭐.
지난 번 된통 당했지만
어떻게든 이번에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해야 한다.
가여운 실종소녀에 대한 관심은
용의자의 출현으로 한순간에 사그라 들었다.
몇 달 전에 마을로 숨어들 듯 들어온 문학교사 마티니.
그에게 불리한 증언이 확보된 가운데
이 마을의 잊혀진 오랜 연쇄실종범죄의 존재까지 드러나며
사랑하는 가족들의 의심까지 더해져 점점 더 그를 압박한다.
포겔이 놓은 덫에 빠져
그의 시나리오의 일부분이 되어버린 마티니.
희생자의 이름은 잊혀지고
사람들은 이제 악당의 이름을 기억하게 된다.
이제 마티니는 그가 혹여 무죄일지라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없는 또 다른 스타가 되었다.
쓰레기의 종류에 대해 생각했다.
제대로 된 수사경력도 없고 전문지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미디어로 포장하는 요령을 터득한 형사.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정보를 매수하고
거짓 여론몰이와 피해자와 가해자에게 접근하는 기자.
흉악 범죄사건을 다룸으로써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수익을 올리는 방송국.
결국 이런 쓰레기를 만드는 건 우리 대중이다.
타인의 불행을 들여다보며 즐기고 싶어 하는 마음.
관광에 가까운 애도행렬.
타인의 슬픔을 보며 자신들의 안전과 행운을 확인하고 싶어 하는 마음.
나만 아니면 그만인 하찮은 호기심이 모이고 모여
자가증식하는 쓰레기더미에 깔리지 않게 조심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