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황금방울새 - 전2권
도나 타트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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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에서 극찬하는 도나타트의 유려한 수사와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한 설정은 두 권에 1000페이지라는 먼 길을 떠나야하는 독자입장에서 다소 공포로 다가왔다. 엄청난 규모의 사건이 벌어진 것에 비해 우리의 주인공은 너무도 심약했는데 그 사건의 전개와 주인공의 심리가 너무도 세밀해서 읽는 내내 덩달아 가슴이 답답해지곤 했다. 그럴 때면 주인공은 잠시나마 해방되는 방법을 모색했지만 이 몸은 맨 정신에 긴호흡을 쫓아가려니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더뎠다. 사실 나는 미성년자가 화자인 작품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성숙한 자아가 저지른 일은 아무 이유없이 그냥이라는 한마디로 정리가 되는 것도 짜증나고 작품 속에서조차 나이의 제약에 얽메여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인공 시오는 미술관 폭파사고로 엄마를 잃게 된다. 하지만 그곳에서 만난 의문의 할아버지로부터 두 가지 물건을 받음으로써 작은 인연과 평생의 불행을 짊어지게 된다. 할아버지의 반지는 시오를 좋은 길로 이끌어주지만 천성이 나쁜 것에 끌리고 심약한 주인공에게 그마저도 큰 희망은 되어주지 못하는 듯 했고 황금방울새라는 세계적인 명화는 너무도 버거운 짐이었다. 언듯 예의바르고 똑똑해보이지만 사실은 그저 엄마를 잃은 상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제자리를 맴도는 한없이 나약한 소년의 정신에 머무르는 존재이다. 자신에게 뿐 아니라 특히 선의를 배풀어준 이들에게 나쁜 기운을 불러들이는 재주가 탁월한 소년의 행보가 보리스라는 친구를 만나 얼마나 다채로워지는지 보여주는 성장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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