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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빌라 - La Villa de Paris
윤진서 지음 / 달 / 2015년 5월
평점 :
물과 서핑을 사랑한 여자는
거친 바다 위에서 파도를 가르는 남자를 만났다.
뜨거운 여름 한철 동안 둘은 사랑을 했다.
그리고 둘이 여름휴가를 떠났던 뉴욕에서 헤어졌다.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곧 여자는 남자가 그립다는 걸 깨닫는다.
소설은 여자가 남자와 헤어진 후 떠난 여정을 그리고 있다.
파리에 있는 친구를 찾아가는 것으로 시작된 여행은
각각의 에피소드의 짧은 분량에 비해
여행지들만 늘어놓고 보면
금새 항공마일리지 부자가 될 것 같다ㅡㅅ-
딱히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끝이 날지 기약도 없고 이동도 즉흥적이다.
정처없이 떠도는 방랑에 가깝다.
그러나 아무리 먼 길을 떠나도
사랑하는 사람의 그림자가 여자를 쫓아오는 듯한 기분이다.
고통스럽게 괴롭히지는 않지만
그냥 그 자리에 존재하며 가만히 지켜보고 있는 느낌.
여행의 끝자락 즈음에 여자의 과거는 희미해진다.
다시 서핑보드에 몸을 싣고
남자와 함께 했던 일들도 다시금 혼자하게 되었지만
아무리 시간이 흘렀어도 외로움은 남아버렸다.
책장을 다 덮고 문득
여자의 이름이 없다는 것이 떠올랐다.
여행지에서 누군가 여자의 이름을 물었을 때
자신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그저 떠오르는 친구의 이름을 말해버렸던 여자.
그러나 긴 방랑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자기 이름은 찾지 못한 것 같다.
여자는 아직도 이별 중인지도 모를
쓸쓸함이 묻어나는 이야기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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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008
그가 떠난 후 이곳에서 나는 이름을 잃어버렸다.
p.148
온 세상이 전쟁이다.
총을 든 사내가 물었다.
“네 종교가 무엇이냐?”
무릎을 꿇은 사내가 대답했다.
“나는 종교가 없다. 나를 살릴 수 있는 게 나의 종교다.
네가 지금 나를 죽이지 않고 살린다면 네가 나의 종교다.”
살기 위해 하늘을 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