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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두리 없는 거울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박현미 옮김 / arte(아르테)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노스탤직 감성 호러 미스터리.
유년의 기억을 덮고 있던 아름다운 추억이라는
아슬아슬한 환상을 걷어 낸 순간,
어른에 가까운 눈으로 들여다 본 무서운 진실을 마주하게 된다.
츠지무라 미즈키의 <테두리 없는 거울>은
일본 TV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에서 방영되었던
계단의 하나코 원작소설이란 띠지문구가 눈에 띄는 단편집이었다.
기묘한 이야기는 학창시절부터 좋아했던 시리즈로
드라마로 봤던 계단의 하나코의 내용이
과연 원작을 어떻게 재구성한 것인지가 궁금한 마음이 컸다.
그 이야기가 이 단편집의 첫 이야기로 시작된다.
[계단의 하나코]는
보통 빨간휴지, 파란휴지 화장실 방판을 해대는
여느 학교귀신 하나코와는 달리
깔끔한 계단을 좋아하는 하나코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초등학교에서 벌어진 추악한 사건을 다룬 이야기이다.
초등학교가 등장하는 책을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저절로 어린시절의 한 부분이 떠올랐다.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인가 학기 중간에 전학 온 아이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뭔가 이상했지만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 잘 몰랐다.
나중에 중학교에 다닐 무렵 우연히 길에서 그 애를 발견하고
무엇인가가 머릿속에서 재구성되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왠지 사회면에 나올 법한 스토리로
그 정도 나이에도 충분히 알만한,
그러나 또래가 아닌 어른에 의한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는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되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만약 [계단의 하나코]의 이야기가 실화였다면
사유리와 같은 반이었던 아이들 중 몇몇은
나처럼 몇 년 후 혹은 어른이 되어 어렴풋이 그 때 일을 떠올리고
아- 그랬던 거였어,하며 홀로 몸서리 치지 않았을까…
하나코가 원하는 것을 준 사유리.
그런 사유리에게 뭔가 주고 싶었던 하나코.
그러나 그게 무엇인지 묻기도 전에 사유리는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하나코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저마다 이름은 달리하고 있지만
학교귀신이 존재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정작 어른들은 신경을 안쓴다는데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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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의 하나코/ 그네를 타는 다리/ 아빠, 시체가 있어요/
테두리 없는 거울/ 8월의 천재지변
압박심문기술이 빛을 발했던 명탐정 하나코 이야기와 함께
그 녀석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부터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안습소년의 [8월의 천재지변]이
처음과 끝에 강한 인상을 주며 깔끔하게 마무리된 재밌는 단편집이다ㅋㅋㅋ
p.167:15 하지만 엄마 역시 걱정하는 건 시체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옷 이야기만 한다. 인간은 어째서 큰 문제는 뒤로 미루고 자신
과 가까운 일상적인 것에만 관심을 쏟는가?
p.259:9 지금 이 반에 있는 나는 가상의 존재이고, 이야기 속에 존재하는 내가 진정한 나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건 거짓말이나 현실도피 같은 단어를 초월한, 무척이나 진실에 합치하는 느낌
을 주었다. 정말 그렇기 때문에 그 사실을 의심하는 애가 있다면 그 녀석이야말로 이상한 녀석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무튼 부재를 증명하기보다는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훨씬 수월한 법이다.
p.308:19 내가 이런 일을 당한 건 전부 교스케 때문이다.
교스케가 우리 집 근처에 살지 않았다면. 그 녀석이 천식을 앓지 않아 쉬는 시간이나 수업이 끝난 후 다른 아이들과 함께 운동장에서 놀 수 있었다면. 그 녀석 엄마에게 옛날에 “우리 애를 잘 부탁한다.”라는 말을 듣지 않았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