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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 양양 에세이
양양 지음 / 달 / 2014년 11월
평점 :
책을 처음봤을 때 칙칙한 표지색과
쓸쓸이라는 단어가 예고했음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심심하지 않게 들어간 수채화와
짤막짤막한 목차를 보고
쉬이 읽을 수 있겠거니 한 것은 나의 크나큰 착각이었다.
최근들어 이토록 밤에 어울리는 책이 있었나 싶은
양양의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이다.
홀로 지내는 밤.
어두운 방 한 구석에 기대어
작은 전구 불빛 밑에서 읽어야 할 것 같은
쓸쓸함이 묻어나는 책이다.
내가 많이 읽고 싶다고 많이 읽어지는 책이 아니었다.
하나 읽고 내려놓고
많아봐야 두 세개 읽고 책장을 덮는 밤이 이어졌다.
나와 비슷한 나이를 살고 있는 이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은 무게로 내려앉는다.
양양.
세상이 원하는 프로필과는 상관없다지만
무명이라지만
이미 어엿하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과
책을 세상에 내놓은 가수이자 작가.
우연한 만남으로 술 한잔 걸치게 된 이에게
이름까지 알려줄 필요가 있나 싶어
그 거리감에 알맞게 성만 일러주는 양씨.
그 때 만난 김씨는 양양을 기억하고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수백통씩 야멸차게
끊기는 전화를 해야하는 카드보험 텔레마케터의 말을
남일 같지 않아서 끊지 못하고
엄마보다 더 오랜 시간 전화기를 붙들고 있는
여린 마음의 작가모습이 눈에 선하다.
손에 장미 꽃 한 송이를 들고가는 남자와
꽃 파는 트럭아저씨의 빈말에도 낭만을 느낀다.
내 남자가 아니어도 낭만적인 사내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하다 말한다.
이야기의 끝에
노래가 된 글들이 있다.
아마도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은
나처럼 그의 노래를 한곡정도 찾아 듣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마도 책을 읽으며 상상했던
멜로디와 음색이라며 고개를 끄덕일지도...^^
017 희망이라는 반어
희망이라. 끝없는 소음과 먼지를 일으키며, 있던 것들을 다
허물어가며 건물을 높이높이 올려 세우고만 있는 저 현장
앞에서 희망이라니. 그것은 내가 본 것 중레 가장 슬프고
절망적인 희망이었다.
도시의 희망은 이런 것이구나 생각하자 아득해졌다. 누군가는
희망이라는 말 앞에서 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아버릴 수도
있겠구나. 희망 참 비루하였다.
146 시선 셋
술에 조금 취해서
낯선 강아지를 조심스레 쓰다듬는 저 사람은,
손도 맘도 고울 것이라는 편견
혹은 진실.
술에 취하지 않고서도
낯선 강아지에게 "야, 메리 쫑쫑"하는 저 사람과는
평생 모르고 지냈으면 좋겠다는 오만
혹은 진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