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 800만가지죽는방법-로렌스블록

800만 가지 죽는 방법 ㅣ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한 권의 독서로 며칠이고 몇 십년의 간극을 뛰어넘는 이야기를 만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비록 타인/허구의 이야기일지라도 시간여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번에 읽게 된 매튜 스커더 시리즈는
나에게 소설 속 주인공과의 리얼타임독서라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했다...ㅎㄷㄷㄷㄷㄷ
매트의 일상은 일어나서 빵과 커피를 마시고
거리를 돌아다니고 금주모임에 참석했다가 호텔로 돌아가는 매일의 연속이다.
나는 매일 출근버스에서 쪽독서를 하고
퇴근하고 집에와서 매트가 하루일과를 끝낼 때쯤 나도 잠자리에 든다.
매트의 시간과와 나의 시간이 나란히 흐른만큼
오래도록 이 사건에 빠져있었던 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바에 홀로 죽치고 앉아있던 매트를 향해 키크고 늘씬한 미녀가 다가와
자신 대신 포주에게 일을 그만두겠다는 말을 전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남자를 찾기 위해 조금의 수고를 했지만 여자의 의뢰는 무사히 마친 듯했다.
남자는 신사적이었고 쿨하게 보내주마 약속했다.
오히려 여자가 직접 자신에게 얘기해주지 않은 점이 서운해보였다.
하지만 그 일을 해결한 직후 그 여자가 죽어버린 것이다.
정글도에 수 없이 난자당해서...
매트는 그 포주남자를 의심하게 되고 경찰에게 자신의 추측이 가미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곧 용의자였던 그의 혐의는 풀리고 이번에는 그쪽에서 역으로
살인자를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게되는 매트.
내키지는 않지만 전처와 함께 살고 있는 아들의 치과치료비를 생각하며
일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혼한 남성에겐 양육비송금는 소중하니까요...ㅡ_-

사건을 쫓으며 죽을 고비도 넘기도 협박도 받았지만
한번 일을 시작하면 너무 열심인 매트.
포주의 여자들을 인터뷰하는 사이 일어난 여자의 죽음.
같은 포주 아래 있던 여자들의 잇따른 죽음에 다른 여자들은 불안해한다.
그리고 또다시 난자된 시신이 발견되면서
미친 연쇄살인범으로 가닥이 잡히며 범위를 좁혀나간다.

음...
언제나 느끼는 건데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친절하다고 해야할지
위트가 넘친다고 해야할지...ㅋ
나 역시 매튜아저씨를 좋아하지만
소설 속 매튜와 만나는 인물들 또한 다들 그에게 너무나 호의적으로 보인다.
그를 도와주는 더킨이라는 형사도 그렇고
의뢰자 포주 챈스라는 인물도 그렇고
매트 앞에만 서면 맘에 드는 상대를 대하는 것 같은 같은 대화를 한다.
뭔가 보기만해도 상대방의 호감을 얻어내는 마성의 매튜아저씨...
암튼 그들의 대화들을 보고 있으면 왠지 정겨워ㅋㅋㅋ

얼마 전에 개봉한 툼스톤의 엔딩장면을 보고 헉하고 숨을 삼켰었는데
800만가지 죽는 방법의 마지막 장면 또한 한숨을 짓게 만들었다.
소설 속 매트를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 툼스톤에서 가장 쓸데없는 장면으로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는 금주모임씬을 꼽는데 좀 안타까웠다.
소설을 읽으면 동화같은 표현이나 매트의 친근함과 위트넘치는 대화도 좋지만
금주모임처럼 매튜아저씨의 갈등을 그보다 잘 표현해주는 장면은 없는 듯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형이 효과적인 이유가 하나 있지. 그렇지 않다고는
못할걸. 골치 아픈 놈들 중 하 놈을 전기의자로 처형해 버리면,
적어도 그놈은 다시는 그 짓을 하지 않을 거 아냐. 젠장, 난 그 법안에
찬성했어. 전기의자를 다시 갖다 놓고 우라질 놈의 처형 장면을
방송하고 광고를 하고 돈 좀 벌어서 좀 더 많은 경찰을 고용하는 거지."
<800만가지 죽는 방법-로렌스 블록> p.192:5

"사람을 죽이면 사형에 처한다-이 판단의 최대 장점은 그 범인은 이제
누구도 죽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허한 십자가-히가시노 게이고>p.213

얼마 전에 읽는 공허한 십자가에 더킨형사와 같은 의견이 있어
다시한번 뒤적거림. 과격파긴 하지만 왠지 혹하는 의견....ㅡㅅ-

p.208:24 목소리도 마찬가지로 풀렸지만 그녀의 생각은 마리화나연기의 오솔길을
따라 솔솔 풀리면서 그럭저럭 연결되었다.

p.226:18 어떤 구절은 알 듯했지만 무슨 뜻인지 완전히 이해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가운데 어떤 단어들은 내게 윙크를 보내며 주의를 끌려는 듯이 보였다. 하지만
그 미묘한 깜박임을 포착하기에는 뇌가 많이 손상된 것 같았다.

p.237:15 한참 동안 전화번호가 생각나지 않다가 불현듯 마술사가 카드 한장을
불쑥 내밀듯이 기억이 살아났다.

p.332:6 꿈의 영상들이 황급히 의식의 가장자리로 흩어져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마치 동화를 보는 듯한 감성하드보일드식 매튜의 표현력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