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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감을 두루 활용하여 살고 있다.
전부 활용할 수 있으면야 좋겠지만
그 중 하나가 없어도 무리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다.
뭔가 한 가지를 상실한 사람들은
나머지 감각이 뛰어나게 발달하면서 그 빈자리를 채워준다고 한다.
TV프로그램에서 시각장애인이 소리로 사물의 위치를 파악하고
비시각장애인과 다름 없는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눈이 안보이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기도 하다.
그런데 한가지 감각만이 남들이 이해못할 만큼
심하다 싶을 정도로 발달하면 어떻게 될지...
틴 윈은 어린 시절 시력을 잃었다.
대신 낯선 소리가 귓가에 들리게 되었다.
소리는 들리되 눈이 보이지 않아 정체를 알 수 없었다.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다른 사람들은 소리의 근원을 눈 앞에 두고도
거기에서 소리가 난다고 상상조차 못해 본 것이어서
누구도 그에게 소리의 이름을 찾아주지 못했다.
거미가 둥지드는 소리나 나비가 꿀을 빨아먹는 소리가
저 멀리서 들릴 거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으로.
틴 윈은 수도원 생활을 하며 고승 우 메이의 가르침을 받아 학식을
쌓는 한편 여러 수도승과의 생활을 익히고
발소리, 말소리만 듣고도 그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었다.
어느 날 수도원 마당을 쓸다가 들려온 쿵쿵소리를 쫓다
한 소녀를 만나게 된다.
틴 윈은 소리의 근원을 찾았는데 소녀의 심장소리였다ㅇㅂㅇ;;
미밍은 다리가 불편했지만 기어가는 모습에도 기품이 있는 아이였다.
틴 윈과 미밍은 서로가 맘에 들었다.
미밍은 틴 윈의 눈이 되어 소리의 이름을 찾아 주고 길을 이끌었으며
틴 윈은 미밍의 다리가 되고 책과 함께 세계를 누볐다.
부모나 주변인에게 하지 못한 장애에 대한 불안을 나누며 더욱 가까워졌다.
미밍이 틴 윈과의 결혼을 꿈꾸게 되었을 때
틴 윈은 먼 친척의 부름으로 수도로 떠나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로 떠나면 돌아오지 않았는데
틴 윈도 사랑하는 미밍에게 돌아 갈 수 없게 되버린다.
자식이 없던 그의 친척은 점쟁이의 말때문에 틴 윈을 불러들였는데
눈도 뜨고 똑똑하고 휜칠하게 잘 생기기까지한 틴 윈을
후계자로 욕심냈던 것이다.
그렇게 몇 주면 다시 만날 줄 알았던 두 사람은 오랜세월
서로에 대한 원망없이 고마워하면서도 다시 만나지 못했다.
사실 이 안타까운 러브스토리는 소설 속 이야기로
틴 윈의 딸이 4년전 실종된 아버지의 흔적을 찾아떠난
미얀마에서 누군가에게 전해 듣게 되는 이야기이다.
틴 윈의 보이지 않는 눈으로 보는 세상에 대한 묘사와
미밍의 성자같은 성품이야기를 읽다보면 딸이 아빠를 왜 찾아나섰더라?
싶을 만큼 흡인력있다.
그에 반해 역시나 틴 윈의 행동에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여전히 남아있다.
딸 역시도 느꼈던 의문들을 풀어주지 않고 미얀마식 미신정서에
적당히 버무려 어설프게 마무리한 감이 없지 않아 상당히 아쉽다.
왠지 틴 윈의 딸도 완전히 납득하기 전까지 다시 집으로 못 돌아갈 것 같은
애매함이 묻어나는 결말이지만
부족한 한가지씩을 서로 나누고 의지하며 변하지 않는
무한한 믿음을 보여준 소년소녀의 사랑이야기는 신비로운 느낌이었다.

133:5 요컨대 인생은 한 올 한 올 고통으로 짜여 있다. 누구든 살다보면 병들고 아픈 것을 피할 수 없다. 게다가 나이가 들면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이것이 인생의 법칙이며 인간이 존재하는 전제조건이다. 우 메이는 그녀에게 이렇게 설명해주었다. 그 법칙은, 시기가 극적으로 달라질 수 있어도 이 세상 어느 곳에 사는 누구에게라도 똑같이 해당된다. 그렇기에 인간이 겪기 마련인 고통과 슬픔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능력은 어느 누구도 갖고 있지 않다. 있다면 오직 자신뿐이다. 우 메이는 그럼에도 생명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선물이라고 거듭 말했다. 인생은 고통과 행복이 불가분으로 뒤얽힌 수수께끼로 가득한 선물이다. 한 가지만 취하고 다른 것은 버리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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