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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노땡큐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윤용 지음 / 수카 / 2019년 2월
평점 :
부제 : 세상에 대들 용기 없는 사람이 뒤돌아 날리는 메롱
이 책은 북디자인에 대한 코멘트를 안할 수가 없다.
옛날 싸구려 딸기우유색깔 띠지를 두른 이 귀요미책은
표지뿐아니라 내지디자인까지
세세하게 신경 쓴 것이 곳곳에 눈에 띈다.
각 일화마다 미니일러스트는 기본이고
꼭지의 시작을 카톡화면에 뜨는 대화상자로 표현한다든지
홀수페이지에만 쪽번호가 들어가는데
밧데리충전량으로 표시한 센스가 돋보인다.
파트가 시작될 때 나오는 그림들이
각 일화에 등장하는 걸 알고 나선
본문을 읽기 전에 그림만 보고 예상해보게 됐다.
대충 그런 내용이지 않을까 싶은 그림도 있었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한 그림의 에피소드는
「171 미역예찬」이었는데
사람이 뒤집어 쓴 것이 침낭인가 싶었는데
설마 대왕미역일 줄이야....
현실적인 그림 사이에 이건 반칙이지 말입니다ㅡ_-
아무튼 마른 미역에 대한 저자의 해석은
그 유명한 ‘미생’과 견줄만 했다.
「201 보내지 못한 문자」의 그림도
내용을 모르고선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가지 않는 그림 중 하나였다.
셋이 얼굴 붉히고 뭐하지?
한 테이블에서 서로 말대신 문자베틀하는 건가? 싶었는데
열 받는 일을 당했는데 이런저런 사회적 입장 때문에
직접 상대방 면전에다는 차마 못한 말을 문자로 찍고 있는 모습이었다.
욕도 하고 거센 표현을 쓰며
장문의 문자를 열심히 적었지만 모두들 보내지는 못했다고 한다.
아담한 사이즈의 이 책은
딱 봐도 글밥이 적어보인다.
하지만 글밥이 적다고 만만하게 보면 안되는 책이다.
영혼 없는 사과와 맞장구에 대한 이야기를 필두로
저자의 솔직한 고백과 반성, 그 밖의 에피소드들이 이어지는데
그것이 참으로 남일 같지 않게 바라보게 된다.
구 남친의 뜬금없는 연락에「38 나 좀 삭제해줄래?」라고
친절하지만 결단력(?)있게 어장에서 탈출하기.
본인이 좋다면 상관은 없지만
그래도 ‘아니, 굳이 왜...?’ 라고 물어보고 싶은 상황들.
원고료가 공연표라고ㅇㅂㅇ?「202 거절하지 않으면 선례가 된다」,
바른 소리하는 후배의 말에 철 없는 선배의 반성.
우리는 사람이지, 우렁이가 아니니까요「182 우렁각시와 능구렁이」,
나이를 먹어보니 새삼 아버지를 재조명하게 된「76 ‘하는 수 없지’ 철학」
그런데 어릴 땐 그 말이 대책 없는 태평함처럼 느껴졌지만, 이제는 알겠다. 그렇게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중략-
괜한 희망을 품는 것보다,
아닐 거라고 결과를 부정하는 것보다,
그렇게 일단 현실을 받아들이고 나면
그때부터는 더 현명한 눈으로 다른 길을 찾을 수 있게 될 테니.
책에도 타이밍이 있다더니...
아버님의 ‘하는 수 업지’ 철학과
「218 붕어빵 사장님」말씀이 이곳까지 닿았다.
오늘 그만 안 뒀음 내일 그만뒀겠지.
저자의 바람대로
누가 뭐래도 내 방식대로 행복해지길
나 또한 바래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