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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츠드렁크 - 행복 지수 1위 핀란드 사람들이 행복한 진짜 이유
미스카 란타넨 지음, 김경영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밖에선 빠릿빠릿하고 야무졌던 직장인이
집에 돌아오자마자 전투복인 정장을
훌렁훌렁 아무렇게 벗어던지고
무릎이 늘어난 세상편한 츄리닝을 바닥에서 주워 입는다.
TV는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인
그럭저럭 웃긴 예능을 틀어놓고
평소에 잘 비축해둔 마이페이버릿 안주와
차가운 맥주캔을 양손에 들고
소파 혹은 방바닥에 드러누워
혼자만의 느긋한 저녁시간을 보낸다.
음?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장면인 듯 싶다.
그렇다.
우리나라로 치면 혼술과 가장 가까운 이미지인
핀란드의 ‘팬츠드렁크’의 시간이란
이미 우리의 일상이었던 것이다.
덴마크의 휘게, 스웨덴의 라곰처럼
약간의 디테일의 차이는 있지만
장소나 방식, 술의 유무를 떠나
모두 바쁜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고
누구의 간섭도 없이 리프레시 시간을 갖는 것이
이 행위의 핵심이다.
한참 친구들과 어울려다닐 나이에는
집에서 변변찮은 안주도 없이
술을 홀짝이는 모습이 한심해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사회에 나와보니
술이란 것이 좋은 사람들하고만 먹는 것이 아니며
매번 즐거울 수만은 없다는 걸 아는 순간
그런 자리를 피하게 되고
‘왜 비싼 술을 너희따위랑 맛없게 먹어야 돼!’라며
혼자만의 술상을 꿈꾸게 된다.
누가 원샷을 외치며 졸졸 쫓아다니지도 않고
배가 터지겠지는데 좋아하지 않는 안주를 억지로 퍼주지도 않는 세상.
답답한 신발을 벗어던지고
맨발이 숨 쉴 수 있는 세상.
뭐 장소와 음료는 상관이 없다지만
그래도 그 중에 제일 으뜸은 집구석이라고 생각한다.
핀란드의 팬츠드렁크와 우리나라의 혼술,
각 나라마다 부르는 말은 다를지 모르지만
어느 시대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던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이 이제사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어려운 시절이기 때문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