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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주가의 결심 - 2018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은모든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5월
평점 :
학창시절 술로 맹위를 떨치던 그녀 술주희 씨.
지인과 동업하다 말아먹고 잠시 쉬어가는 인생의 침체기에
오랜만에 초대된 지인의 파티에서
서른 넘어 난생처음 필름이 끊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리 술만 보면 행복해지는 그녀도
다른 사람들에 비해 자신의 처지가
한없이 꿇리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보니 폭주하고 만다.
그렇게 네거티브 주희 씨는
본인만 모르는 그들과의 에피소드를 남기기에 이른 것이다.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집어든 핸드폰에서
낯선 번호로의 뜻 모를 문자를 발견하고
그날 일은 잊자는 현명한 판단을 하는 주희 씨.
암만,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내가 아닌거지ㅋㅋㅋ
백수자금도 떨어질 즈음
친척언니의 부름으로 그 집 다락방으로 굴러들어 가게 된다.
고등학생일 때 함께 주도에 입문한 둘은
돈 없으면 술 사주고 꽐라되면 먼곳이라도 픽업해주는
서로가 서로를 끌어주는 진정한 전우였으나
무슨 일인지 그 언니가 갑자기 금주를 선언!!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으나
다행히 자신이 먹고 싶은 걸 사다가
동생을 먹이는 친척 언니의 참으로 이타적인 스트레스해소법 덕택에
끼니걱정 없는 나름 윤택한 백수라이프를 보내게 된다.
하지만 심각한 건강문제도 아니고
간절한 눈빛으로 술 먹는 모습을 쳐다보면서도
자신은 한잔도 마실 수 없다는 언니의 사정은 무엇일까.
주희 씨는 뭔가 사연 있는 여자처럼 이상행동을 하는 친척언니와 함께 생활하는 한편
평생 그 옆에 착 달라붙어 살고 싶은 음주소울메이트를 만나고
맛의 비법을 전수 받고 싶은 식당에서 알바도 시작한다.
그리고 시간은 쏜살 같이 흘러
너 앞으로 어떻게 할래 소리를 들을 때쯤
친척언니의 사연도 밝혀지며 자체금주령도 해지된다.
꿈은 없지만 평생 일자리 걱정 없는 선택지와
꿈은 있지만 생계와 함께 자존감이 위협받는 선택지가 있다.
당연히 전자가 정답도 아니고
꿈을 쫒는다고 다들 험난한 길을 걷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몇몇 선택된 인간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유리가 강철멘탈이 될 때까지 고생문을 지나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그 고생문을 지나다 문턱에 걸려 넘어져
넘어진 김에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두 번 다시 못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이 꿈을 쫒는 자의 길이다.
꿈이란 쫒는 자만의 고난이 아니다.
꿈길을 함께 하며 꿈을 쫒는 자를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고행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참는 수도자와 같이
애주가는 고행의 길로 금주를 선택했다.
애주가의 결심이 무슨 도움이 되었는지는
그 마음을 받은 이만이 알터.
티끌 모아 티끌인 청춘의 이야기는 이렇게 심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