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외인종 잔혹사
김중혁, 장영달, 기무, 옥선녀, 윤마리아, 모
김중혁은 노숙자고, 장영달은 퇴역군인이고 기무는 까진 고등학생이고 옥선녀는 점쟁이고 모(母)는 비주류 종교 집단에 미쳐있는 50대 여자다.
인물들 소개는 여기까지. 이런 저런 캐릭터가 좀 더 있는 것도 같다.
하여튼 어느 하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봤을 때 친하게 지냈거나 현재 친하거나 혹은 미래에 이 속에 나오는 인물 들 중에서 친하게 지내게 될 것 같은 인물은 없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라지만.
하여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낯설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보면 우리는 모르게 거부감을 갖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지면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낯설지 않은 이유는 바로 그들의 욕망이 우리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었다. 욕망이 비슷한 경우(사회의 틀이 지긋지긋하면서도 내일의 카드값을 위해 정규직이 되려고 안간힘을 쓰는, 그러기 위해 다시 카드를 긁는 스물여덟 마리아)도 있고 욕망의 분출 방식이 비슷한 것(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되도 않은 짓들을 하는 누군가)도 있고 욕망할 게 별달리 없을 때 느끼는 감정(시간을 견디지 못해 뛰는 것과 pC방과 섹스로 시간을 이겨보려하는 17세 청춘)도 비슷하고,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지만 절대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하는 장영달도 있고, 하여튼 그들은 우리와 매우 아주 매우 다르지만 그들이 느끼는 욕망이 비슷해서 나도 모르게 그들이 무엇을 하려 하는지 주시하고 있었다.
비루한 인생들이지만 결코 그들을 동정한 적이 한 번도 없는 시선. 그들 자체도 그렇지만 작가 역시 그들을 결코 불쌍하다고 하지 않는다. 가진 게 많다고 욕망이 적은 것은 아니니 그들이 불쌍할 이유는 전혀 없다. 최소한 그들은 그들 스스로 움직이려 하고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