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
존 버거 지음, 강수정 옮김 / 열화당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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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들이 혁명 정도는 되어야만 고칠 수 있는 것들은 아니다.
개가 줄이 너무 밭을 때, 개 줄을 한 번 길게 늘이게 되면, 개는 그늘에 들어갈 수 있고 짖기를 멈출 것이다. 그렇게 조용해지면 저 집의 어머니는 부엌에 카나리아 새장을 걸어 놓고 싶었다는 게 기억 날꺼고 카나리아가 노랠 불러주면 그녀는 다림질을 더 많이 할 수 있을 테고, 새로 다린 셔츠를 입고 출근을 하는 아버지의 어깨는 덜 쑤신다. 그럼 아버지는 퇴근해서 집에 오면 예전처럼 딸과 가끔씩 농담을 하고, 그러면 딸은 큰맘 먹고 남자친구를 저녁식사에 데려오기로 결심한다.
아무도 모른다. 그냥 우리는 혁명을 생각하고 포기하지 말고 그냥 줄을 길게 늘여 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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