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 지리산 둘레길 편 형제가 함께 간 한국의 3대 트레킹
최병욱.최병선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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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둘레길을 여행하는 트레커를 위한 안내서 <한국의 3대 트레킹 지리산 둘레길 편>(이담북스, 2020)

우리나라의 꽤 많은 사람들이 평생에 걸쳐 한 번쯤은 트레킹을 경험했으리라 짐작한다. 집주변 둘레길만 가도 남녀노소 누구나 걷고 있는 것을 쉽게 목격할 수 있다. 트레킹 신발 하나 정도는 필수품이 된지 오래다. 등산과 달리 '트레킹'은 전문적인 기술이나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다. 산의 정상을 오르는 것보다 산의 풍광을 맛보는 것이 주목적이다. 트레킹의 원래 뜻은 '서둘지 않고 느긋하게 소달구지를 타고 하는 여행'이다. 유럽 사람들이 대자연을 찾아 아시아의 고원을 천천히 걸어 여행한 데서 생긴 말이라고 한다. 한국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내내 산세가 아름다워 트레킹의 매력에 푹 빠질만하다. 맑은 하늘을 벗 삼아 코 끝을 자극하는 나무와 풀 냄새를 맡고 따스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노라면 시름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또한 트레킹이야말로 진정한 사색 여행이 아닐까 싶다.

트레킹의 꽃이자 절정은 '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산으로 국립공원 제1호다.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을 둘러싼 3개 도(전북, 경남, 전남)와 5개 시·군(남원, 함양, 산청, 하동, 구례)의 21개 읍면 120여 개 마을을 연결하는 295km 장거리 도보 길이다. 지리산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등을 모아서 만들었다. 글로만 읽는데도 지리산의 거대함과 웅장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2019년부터 현재까지는 주천~운봉(1코스)을 시작으로 신동~주천(21코스)으로 이어지는 21구간이 있으며 순환코스로 총 285km만 공개 운영하고 있다. 구간별로 짤게는 7km(2시간 30분), 길게는 20.5km(8시간 소요)로 다양하며 완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무려 118시간으로 엄청나다. 보통 체력으로는 어림없다. 꾸준히 걸어 체력을 키운 사람, 자연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만이 이룰 수 있는 영광이다.





구간별 거리, 시간, 난이도, 둘레길 전체 지도가 잘 나와있다. 안내센터 연락처 및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 때 참고사항 등 꼭 필요한 안내가 적혀있어 저자의 세심한 배려가 느껴진다. 지리산 둘레길을 정말 완주하고 싶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3대 트레킹>은 형제가 함께 쓴 책이다. 교사와 과학자로 살아온 두 형제는 얼핏 보면 트레킹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이력에서 등산과 트레킹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저자 최병욱은 백두대간 왕복 종주, 지리산 종주 40회, 에베레스트 안나 푸르나 트레킹, 블랙야크 100명산 등, 1,500여 차례의 국내 명산을 등산했다. 또 다른 저자이자 동생 최병선과 코리아 둘레길 4,500km 완주를 목표로 도전 중이라고 하니 절로 박수가 쳐지며 응원을 보내고 싶다. 체력만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에 끈기와 인내가 대단하다. 직접 몸으로 겪고 쓴 책이라 실제로 트레킹을 하려는 이들에게 훌륭한 지침서라 할만하다.





마을 담벼락에 '새참을 머리에 이고 온 아낙네와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시 일손을 놓고 막걸리 한잔 마시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농부들의 정겨운 모습'의 소박한 농촌 풍경을 그린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았다. (p.44)

참나무 군락지를 걷다 보니 어린시절 시골생활이 생각났다. 방학 때마다 시골집에서 겨울 땔감으로 정작을 마련했는데 도끼로 장작을 패다 보면 참나무는 결이 곧아 한방에 쫙쫙 쪼개지고 소나무 결이 뒤틀려서 잘 쪼개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이 참나무처럼 강직하고 우직하며 주관이 뚜렷해서 좋으나 외부의 자극에 쉽게 좌절되지만 소나무처럼 온유하면서 단단하면 바위 위의 소나무처럼 오랫동안 독여청청하리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p.97)

평산리 들판 초입에 '서희와 길상나무'라고 불리는 부부송이 있는데 병풍처럼 둘러쳐진 지리산 자락과 너른 들판이 어우러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했다. 벼들로 풍성한 들판 길을 지나 악양천 둑방길을 걸으며 쉼터에 도착했다. 쉼터에서 바라본 평사리 들판과 섬진강이 어우러진 풍경은 너무 아름다워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p.156)

지리산 둘레길을 걸으며 우리나라의 산천평야가 정말로 아름답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지리산 구석구석이 아름다운 펜션들로 가득했고 집집마다 갖가지 꽃들로 정원을 예쁘게 가꾸어 놓았다. 옛날 시골이 아니었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아름답고 넉넉했다. (p.234)

꼭 들러야 할 필수 코스를 설명하고 둘레길 주변을 촬영한 생생한 사진이 실려있다. 상상만으로도 지리산 둘레길을 여행하고 있는 듯하다. 단순히 도보했다를 넘어 주변 마을의 풍경, 역사적 배경, 아스라한 어릴 적 추억, 자연에 대한 경외심, 식도락(저자의 맛 평가가 날카롭고 재미가 있다.) 등 보고 듣고 느낀 여행의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초보 트레킹인 필자도 인생에서 꼭 한번 지리산 둘레길을 완주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한다. 자연과 사찰, 시골마을, 걷기를 좋아하니 언젠가는 실행에 옮기는 날이 오지 않을까. 도전 정신 가득 차오르게 하는, 살아 숨 쉬는 여행의 기록이다. 꾸밈없이 수수한 마을의 묘사가 정겨워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 여행책이다. 우리나라도 아름답고 감탄을 자아내는 곳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 본 포스팅은 <이담북스 서포터즈>로 책을 무상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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